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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병 활약에 울고 웃는 프로배구, 타박타박 용병사(史)

  • 기사입력 2014-12-1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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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가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통합우승 8연패에 도전하는 삼성화재가 이변 없이 순위표 제일 윗자리에 위치하고,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통의 ‘명가’ 현대캐피탈이 4위에 처져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각 팀의 순위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용병 선수가 제 몫을 하고 있는 팀이 어김없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 2005~2006시즌부터 도입된 용병제도는 각 팀 감독들에게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고, 실제로 용병 농사를 잘 지은 팀이 우승권에 근접했다. 올 시즌 OK저축은행이 선전g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몬(27)의 활약 덕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매번 지독한 우승 다툼을 벌였던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세 팀을 거쳐간 용병들을 조명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용병 농사가 팀의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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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리그 7연패를 이끈 주역들. 왼쪽부터 안젤코, 가빈, 레오. V리그 최고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한 번 씩 거머쥐었던 이들은 신치용 감독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매 시즌 전달했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V리그 최고 용병은 우리 꺼!

최근 남자부 7시즌 연속 우승팀 삼성화재의 독주는 V리그 최고 용병 선수의 수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삼성화재는 팀을 20년 동안 이끌고 있는 신치용(59) 감독의 ‘용병 뽑는 탁월한 안목’으로 수 년 째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2005~2006시즌 초대 용병 아쉐는 프로배구 사상 첫 퇴출 용병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아쉐의 대체 용병으로 수혈된 윌리엄 프리디(37)도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으나 용병 중 두 번째로 높은 공격점유율(18.8%)을 기록하며 최소한의 능력은 보여줬다. 당시 리그 최고 용병은 라이벌 현대캐피탈 소속 숀 루니(32)의 몫이었다. 루니는 20.13%의 공격점유율과 53.2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해 단연 돋보였다.

프리디는 미국의 주전 레프트였지만 보조공격수에 최적화된 선수였다. 한국 프로배구에서 용병은 주공격수 역할을 해야하는데 프리디는 아니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신치용 감독은 이후 용병을 고르는 시각을 바꿨다. 루니처럼 타점과 파워를 동시에 겸비한 주공격수 유형의 선수를 찾게 됐다.

그리고 데려온 용병이 바로 안젤코 추크(31)였다. 이때부터 삼성화재의 독식이 시작됐다. 2007~2008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삼성화재 소속으로 뛴 안젤코는 팀 내 최고 공격점유율과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 우승에 공을 세웠다. 사실 신치용 감독은 “안젤코를 처음 데려왔을 때 연습경기에서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정작 시즌이 개막하니 안젤코는 펄펄 날아다녔다.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용병 교체를 단행했다. 안젤코를 일본으로 떠나 보내고 캐나다 출신의 가빈 슈미트(28)를 영입했다.

가빈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V리그의 판도를 혼자 흔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다. 가빈은 한국에서 3시즌만 뛰고도 무려 3,930점을 올려 V리그 역대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전체 1위인 박철우(29)가 뛴 352경기보다 훨씬 적은 118경기를 뛰며 달성한 기록이기다. 평균 33점을 넘는 엄청난 기록으로 4,164점을 달성한 박철우는 평균 11.8점으로 12점을 채 넘기지 못했다.

2011~2012시즌 종료 후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한 이스크라 오틴드소브(러시아)로 떠난 가빈의 빈 자리는 ‘쿠바 특급’ 레오(24)가 채웠다. 괴물이라 불리던 가빈이 떠나자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우승 행진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형 용병’ 레오는 가빈에 버금가는 파괴력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첫 시즌 33경기에 나서 987점을 올린 레오는 각종 공격지표 1위를 휩쓸며 입단 첫 시즌 만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현재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레오는 572점으로 득점 부문 1위를 차지해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안젤코-가빈-레오로 이어지는 삼성화재 특급 용병 족보는 다른 팀들이 배 아파할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들은 가차 없이 내치는 신치용 감독의 안목이 있었기에 삼성화재에서 꾸준히 최고 용병이 양산될 수 있었다. 좋은 활약을 보인 안젤코도 2년을 뛴 뒤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팀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져 후회 없이 일본으로 보냈다는 후문이다.

V리그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리그 최고 용병들의 활약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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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루니는 뛰어난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많은 여성 팬을 거느렸다. 현대캐피탈과 영광을 함께한 루니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했지만 예전만큼의 파괴력은 없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2인자에 머물러야 하는 설움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부터 2년을 뛴 숀 루니를 제외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용병의 힘을 얻지 못했다.

루니가 뛰던 당시 현대캐피탈은 후인정(40), 송인석(36) 등 국내 선수의 활약도 엄청났다. 용병과 토종 선수들이 공격점유율을 고르게 나눠 가지면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루니는 두 시즌 평균 25%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갔고, 후인정과 송인석도 각각 15%가 넘는 점유율로 루니의 부담을 덜어줬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루니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것. 루니는 러시아 리그로 발걸음을 옮겼고 현대캐피탈은 로드리고(36)를 영입하며 리그 3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로드리고가 불의의 복근 부상을 당해 사실상 국내 선수들로 리그를 치렀던 것이다.

2007~2008시즌 우승을 라이벌 삼성화재에 내준 현대캐피탈은 이후 ‘제2의 루니’를 꿈꾼 매튜 앤더슨(27)을 영입하기에 이른다. 미국 국가대표 출신인 앤더슨은 하지만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부침을 겪었다. 당시 팀의 에이스는 다름 아닌 국내선수 박철우였던 것. 결국 앤더슨은 2009~2010시즌 도중 퇴출됐다. 교체 용병 에르난데스(44)는 당시 불혹의 나이였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박철우와 힘을 합쳐 가빈이 버틴 삼성화재와 접전을 펼치는 데 일조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을 거쳐간 용병들은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소토(36), 달라스 수니아스(30), 미차 가스파리니(30) 등은 한 시즌만을 소화했다. 그렇게 현대캐피탈은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삼성화재의 독주를 지켜봐야만 했다. 설상가상 2010~2011시즌부터 대한항공에 밀려 3위로 처졌다.

현대캐피탈은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2013~2014시즌을 앞두고 리버맨 아가메즈(29)를 데려왔다. 콜롬비아 출신 아가메즈는 ‘세계 3대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던 특급 선수였다. 아가메즈의 활약으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2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올 시즌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신음하며 팀 성적이 추락하자 김호철(59) 감독은 용병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프랑스 출신 케빈 레룩스(26)는 아가메즈 대신 투입돼 현재까지 6경기에서 141점을 올리며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문성민(28)이 감당해야 할 짐을 충분히 덜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초반 부진을 씻어내고 우승 싸움에 합류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케빈의 활약에 따라 결정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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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는 뽀글뽀글한 머리로 대한항공 팬들 가슴에 남아 있다. 당시 보비의 공격력은 안젤코(당시 삼성화재)나 앤더슨(당시 현대캐피탈)에 못지 않았다.


[대한항공 점보스] 준수한 활약 그러나 특급은 아냐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피 튀기는 우승 경쟁을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팀이 대한항공 점보스다. 대한항공은 우승 경력이 없지만 용병들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2005~2006시즌 뛰었던 알렉스(40)는 그 이름 마저 생소할 정도로 활약이 없었다. 팀 내 득점 1~3위를 모두 국내선수가 차지했을 정도다. 반면 2006~2007시즌부터 2년간 활약한 보비(35)는 대한항공의 숨통을 트이게 한 용병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당시 대한항공은 강동진과 김학민 등이 레프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주전과 비주전 가릴 것 없이 강한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아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 중 보비는 단연 으뜸이었다. 경기당 20득점 이상을 꾸준히 올렸고 특히 승부처에서 보여준 집중력이 대단했다. 대한항공 팬들은 아직도 뽀글 머리의 보비를 잊지 못하고 있다.

보비가 활약한 이후 대한항공은 칼라(30), 밀류셰프(30), 레안드로(31), 에반 페이텍(30), 네맥 마틴(30), 그리고 지금의 마이클 산체스(28)까지 수많은 용병이 거쳐 갔다.

대한항공 용병들의 주무기는 다름 아닌 ‘서브’였다. 마틴은 2011~2012, 2012~2013시즌에 각각 60, 66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해 두 시즌 연속 서브상을 수상했다. 보비 또한 한 시즌 55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적이 있으며, 지난 시즌에는 산체스가 50개를 성공시켜 서브상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대한항공은 매 시즌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특급 용병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의 대한항공은 산체스가 팀을 먹여 살릴 정도로 활약이 대단하다(팀 내 득점 2위 신영수의 3배 가까운 516점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 팔라스카, 페피치, 에드가(이상 LIG), 까메호(2012~2013시즌 LIG에서 뛴 까메호는 현재 우리카드에서 뛰는 까메호와 형제 사이), 바로티(러시앤캐시, 현 OK저축은행) 등도 매 경기 20점 이상은 올리며 팀 공격을 책임졌다.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예전만 못한 지금, 각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는 단연 용병이다. 올 시즌 잔여 경기에서 보여줄 용병들의 활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헤럴드스포츠=유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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