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왼쪽).
#평창(2018년)은 동계올림픽을 따내기 위해 3번이나 도전했다. 좌절과 눈물 끝에 얻은 환호였다. 그런데 지난 7월 알마티(카자흐스탄), 베이징(중국)과 함께 2022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도시로 선정된 오슬로(노르웨이)는 기쁨은커녕 내부적으로 논란을 겪더니 9월 전격 대회 유치를 포기했다. 2018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인 평창에서 열리는 까닭에 3개 도시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은 오슬로였다.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사실 이뿐이 아니다. 동계올림픽은 오슬로에 앞서 스톡홀름(스웨덴), 크라쿠프(폴란드) 뮌헨(독일)이 주민투표 등을 거쳐 유치전에서 자진 철수했다. 또 2022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하노이(베트남)는 지난 6월 개최 포기를 선언했다. 한국의 인천이 총력을 기울여 유치했던 아시안게임을 따놓고도 던져버린 것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앞서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의 총아로 떠오른 중국의 난징이 하노이의 ‘대타’로 나섰지만 이마저도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때 3대 스포츠이벤트로 불리다 이제는 4대로 지위가 격하된 세계육상선수권도 2015년 대회와 2017년 대회 개최지 선정에서 최종 후보 도시들이 유치를 포기한 바 있다. 이쯤이면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올림픽 펜싱 금메달 출신으로 변호사인 토마스 바흐(독일) IOC위원장은 2013년 취임 이후 1년여 동안 공들인 올림픽 운동 개혁안을 지난 11월 18일 발표했다. 올림픽의 복수 도시 개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20 올림픽 아젠다’다. IOC는 오는 12월 8∼9일 모나코에서 열릴 총회에서 이를 표결에 부친다. 물론 8+4년 임기에 고작 2년을 지낸 실세 위원장의 역작인 까닭에 통과가 유력하다.
#바흐의 개혁안은 올림픽 살리기다. 그리고 그 골자가 복수도시 개최 허용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월드컵은 개최 단위가 국가다. 2014 브라질, 2010 남아공, 2002 한일 등 모두 대회명칭에 국명이 자리한다. 그 나라의 주요도시에서 열리니 열기도 관광객도, 경제파급효과도 당연히 전국 단위다. 하지만 올림픽은 도시 단위다. 2012 런던, 2008 베이징, 88 서울 등 도시가 주역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도시 외에는 좀 썰렁하다. 반면 해당도시는 집약의 피해가 심각하다. 짧은 시간 많은 사람이 몰리니 환경, 교통, 경제 등에서 여러 문제를 낳는다. 엄청난 체육시설을 반경 수 km 안에 몰아 건설하는 것도 향후 활용에 있어 효율성의 문제를 낳는다. 이런 고민 끝에 복수도시, 심지어 다른 국가의 도시들이 연합해서 하나의 올림픽을 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그냥 쉽게 ‘월드컵 따라하기’로 이해해도 좋다.
IOC 선수위원과 국회의원에 더해 최근 인천시 특보라는 직책을 하나 더 추가한 문대성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세계적으로 메가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포기하거나 망설이고 있는데 한국은 속도위반에 꼼수, 상호비방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IOC와 다른 나라의 흐름을 잘 파악하면 유치비용도 크게 줄이면서 '2028 코리아 올림픽'도 가능하지 않을까? 서로 싸우지 말고 이렇게 대승적으로 힘을 합치면 불가능하지 않을 터인데…. 하기야 한국에 두 명밖에 없는 IOC위원은 현재 모두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번 구설의 당사자인 문대성 위원은 논문표절로 도덕성이 떨어지면서 식물상태다. 그리고 또 한 분은 건강으로 그렇다. 부디 이런 거 담당하는 위정자분들은 일본의 유쾌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배경으로 묵직하게 쓴 소설의 제목이 왜 <올림픽의 몸값>인지 한 번 읽고 고민해보기 바란다.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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