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이동현, 당신의 남은 인대에 경의를 표합니다
22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2패) 2-4 LG 트윈스(2승)

이미지중앙

7회 2사에 마운드에 올라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동현.

INTRO - 트윈스 팬의 가슴에 남은 3대 명언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등판 후 김성근 감독이 “나갈 수 있느냐”고 묻자 그에 대한 이상훈의 대답)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2014년 10월 6일, NC 다이노스 전에 선발 등판해 8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유지했으나 손가락 부상으로 스스로 강판을 요청한 신정락. 그는 개인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노히트 노런을 포기했다)

“남은 인대를 LG에 바치겠습니다.”(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일명 토미 존 서저리를 3번이나 받았던 이동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동현의 팔꿈치는 남은 인대를 모두 끌어 붙여 더 이상 수술을 한다면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필자가 트윈스의 팬으로 살면서 마음으로 들었던 3대 명언이다. 필자의 경우 나이가 40줄에 들어서 여성 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그런지, 어지간한 일에도 눈물을 줄줄 흘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리고 트윈스 선수들이 남긴 이 가슴 떨리는 명언을 다시 되새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주책없이!) 눈에 눈물이 고이곤 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트윈스의 선수’로서 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말이지만 도대체 무엇이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트윈스의 팬’으로 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야생야사!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사는 수많은 트윈스 팬들의 마음에 이상훈, 신정락, 이동현이 남긴 이 감동적인 말은 아마 평생 잊히기 어려울 것이다.

불펜 투수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매 경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자리가 바로 불펜 투수다. 마무리 투수는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흔히 셋업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펜 투수들은 도무지 경기에서 주목을 받을 일이 없다. 지난해부터 올스타 선수를 뽑을 때 마무리 투수 분야가 신설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아닌, 경기 중간에 나오는 불펜 투수들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렇다. 이동현은 바로 그런 음지에서 일하는 불펜 투수다. 그는 인대가 세 번이나 끊어졌는데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남은 인대를 트윈스에게 바치겠다”고 말한 진정한 트윈스 맨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라는 특성 탓인지 그는 그가 헌신한 것에 비해 이동현은 유난히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트윈스는 22일 난적 다이노스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원정 2연승을 달성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날의 주인공을 투런포를 날린 스나이더나, 3안타를 때린 최경철, 선발투수로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우규민, 피날레를 KKK로 장식한 봉중근 중 하나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날만큼은 귀중한 승리의 공을 이동현에게 돌리고 싶다. 22일 이동현은 완벽하지 않았다. 홀드를 올렸지만 1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와 사사구를 하나씩 허용했고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꾸역꾸역 막아낸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현은 이날 그야말로 혼신의 투구를 했다. 그의 표정에는 ‘내가 정말로 이 위기를 넘기고 팀의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7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서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는 그의 모습에서, 트윈스가 겪었던 2000년대 암흑의 역사가 떠올랐다. 곧 이어 8회 2사 1, 2루의 위기에서 이종욱을 3루 뜬공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그의 모습에서 트윈스의 암흑기가 서서히 끝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마지막 남은 인대 한 조각에 팬으로서 진심을 다한 경의를 표한다. 그가 던지는 혼신의 1구에 팬으로서 마음을 담은 감사를 전한다. 22일 승리의 1등 공신이 이동현이었다고 감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동현은 늘 그랬다. 그는 늘 승리의 2, 3등 공신쯤 됐고, 그 어두운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당신의 남은 인대에 팬들의 사랑을 담아주고 싶다.

이미지중앙

4회초 투런포를 날린 브래드 스나이더. 스나이더는 준플레이오프 들어 연일 맹타를 날리며 '미친 선수'가 돼 줄 것을 기대했던 양상문 감독의 소망에 100% 부응했다.

최고의 멤버 - 브래드 스나이더
준플레이오프 이틀 연속 최고의 멤버로 주저 없이 스나이더를 꼽는다. 19일 3안타 시합 이후 그의 시력 교정이 화제에 올랐다.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코치가 그의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새 렌즈를 권했다는 사실은 몹시 신선한 팩트였다.

역시 좋은 감독과 좋은 코치는 선수들의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야구는 그만큼 섬세한 스포츠다. 렌즈 교환이 실제 스나이더의 타격감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스나이더 또한 렌즈 하나 바꿨다고 자신의 타격감이 갑자기 살아난 사실을 100%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코치진의 그런 세밀한 점검이 선수의 부족했던 1%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스나이더는 1-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4회 상대 투수 에릭의 공을 통타해 투런포를 날리며 점수차를 3-0으로 벌렸다. 이 홈런은 단순한 2점짜리가 아니다. 이는 상대 팀 투수들에게 “트윈스에도 펜스를 훌쩍 넘길 파워를 갖춘 외국인 타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스나이더의 홈런으로 다이노스도 트윈스의 장타력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게 됐다. 트윈스는 상대팀에게 보여줄 새로운 패 한 장을 들었고, 그 주인공은 바로 스나이더였다.

잘 싸웠다. 이제 플레이오프까지 필요한 승리는 단 한 개 남았다. 단기전의 특성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원정 두 경기를 모두 잡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큰 성과다. 이제 트윈스 선수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의 고향인 잠실로 돌아온다. 부디 이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잠실에서 맞을 2연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트윈스 팬들에게 가슴 벅찬 가을의 감동을 선사해 주기를 기원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