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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특집] ‘만능 스포츠맨’들의 드라마, 근대5종
*헤럴드스포츠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맞아 개막 전 아시안게임뉴스서비스(AGNS)의 각 종목별 프리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또 대회 기간 중에도 AGNS의 협조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할 계획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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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남자 국가대표 정진화.

이른 아침 검을 들고 첫 관문에 나선다. 상대는 스물여섯 명. 찌르고 찔러도 다음 상대는 좀체 끊일 줄 모른다. 그렇게 스물여섯 번의 싸움이 끝나면 이번엔 지칠 새도 없이 물을 건너고, 말을 달린다. 험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말에서 내리면 어느새 해는 기울고 마지막 고지가 보인다. 이제 믿을 건 두 다리밖에 없다. 힘차게 달려 나가기도 잠시, 곳곳에서 스무 개의 표적이 길을 막는다. 총을 들고 침착하게 목표물을 조준한다. 명중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전령병(傳令兵)의 고군분투를 보는 것 같은 이 레이스는 바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근대5종 이야기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남작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 종목은 전혀 다른 5개의 종목(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을 모두 소화하는 ‘만능 스포츠맨’들의 격전장이다. 남녀 개인전, 단체전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근대5종은 10월 2일부터 양일간 인천 서구 백석동 드림파크 일대에서 열린다.

근대5종의 변신
근대5종은 최근 위기를 겪었다.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종목이라는 찬사가 무색할 만큼 관중수, TV시청률, 티켓 판매량 등이 저조했다. 전 세계 회원국이 104개국에 불과하고, 청소년이 배우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세부 종목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2013년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하계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 탈락 직전까지 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1994 히로시마 대회 때 처음 도입됐지만 1998 방콕, 2006 도하에서 징검다리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금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은 종목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10년간 경기 시간 단축, 복합(사격+육상)경기 도입, 기준점수 축소 등 박진감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끊임없이 제시했다.

작년 IOC 퇴출 위기 때는 급기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적용을 목표로 ‘근대5종 스타디움’(Pentathlon Stadium) 개념까지 들고 나왔다. 보통 5개 종목을 특성에 따라 두세 곳으로 나누어 진행(인천대회 운영방식)하던 것을 한 경기장에서 열겠다는 계산이다. 소요시간도 5시간 이내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간의 부단한 노력 덕분인지 지난달 열린 아시안게임 모의대회에서 근대5종의 박진감은 결코 타 종목에 뒤지지 않았다. 다섯 종목이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연이어 펼쳐져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됐다. 특히 마지막 복합 종목에서 관중은 열광했다.

3,200m 크로스컨트리 레이스(800mX4) 도중 20발의 사격(5발X4회)을 수행해야 하는 복합 종목은 순위 변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근대5종의 승부처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뛰다가도 사격 구간에 들어서면 이내 평정심을 찾아야 하는 ‘멘탈’싸움이다. 여자 대표팀 정민아(22 한국체대)는 “복합종목에서 10명 이상 추월할 때 정말 희열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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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근대5종 경기가 열릴 드림파크 승마장.

멀티플레이에 강한 한국

한국 근대5종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64 도쿄 올림픽 때 당시 승마 선수이던 최귀승(국제근대5종연맹 부회장)이 혼자서 훈련해 대회에 참가한 게 시초지만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가능해 진 건 불과 20년 새 일이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량은 세계무대에 당당히 도전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남자팀 막내 이우진(22 한국체대)은 작년 월드컵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했고, 정진화(25 울산시청) 역시 2012 세계선수권 3위에 올랐다. 여자는 맏언니 양수진(26 LH)이 세계랭킹 10위로 건재하다.

인천 대회 목표는 4년 전 광저우 때 성적(금1,은2,동2)을 뛰어넘는 것이다. 남녀 단체전 석권은 물론이고 개인전 금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다. 남자부에서 작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자 파벨 일랴셴코(카자흐스탄), 여자는 치옌천(중국)이 버티고 있지만 첫 종목인 펜싱에서 점수를 따고 승마에서 홈 이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개최국 한국의 선수들은 대회 전 출전하는 말들을 미리 타볼 수 있다. 이는 추첨을 통해 말이 배정되는 승마 경기에서 적지 않은 이득이다. 대표팀 맏형 정훤호(26 대구시체육회)는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반드시 4년 전보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금메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성진 코치도 “근대5종이 굉장히 재미있고 멋진 종목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AGNS 나혜인 스포츠전문가 yri2001@naver.com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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