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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특집] 절치부심 한국 복싱, 인천을 기다렸다
*헤럴드스포츠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맞아 개막 전 아시안게임뉴스서비스(AGNS)의 각 종목별 프리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또 대회 기간 중에도 AGNS의 협조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할 계획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1970~80년대는 복싱 황금기였다. 국민들은 우리보다 잘 먹고 덩치 큰 외국 선수가 ‘4전 5기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복서 앞에서 휙휙 나자빠지는 모습을 보며 열광했다. 미국에서 이어 '세계 2대 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 ‘배고픈 운동’ 복싱은 그렇게 사람들을 위로했다.

함께 배고플 때 느꼈던 동지의식은 점차 먹고 살만해지면서(?) 깨졌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류층은 테니스, 골프 등을 즐겼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같은 종목에서 프로리그가 출범하며 스포츠팬들을 끌어갔다. 그사이 복싱은 ‘배고픈 운동’, '판정논란이 많은 종목'으로 외면받기 시작했다.

아마복싱도 자녀수가 줄면서 투기종목을 꺼리는 추세로 인해 저변이 위축됐고, 선수 수급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국제무대 성적이 추락한 건 당연한 수순. 84 LA 올림픽 때 신준섭, 88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이 보여줬던 ‘한국 주먹의 매운 맛’은 이제 빛바랜 추억이 됐다.

올림픽은커녕 아시안게임에서도 2002년 부산 대회(금3)를 끝으로 금맥이 끊겼다. 86 서울 아시안게임 전 체급 석권에 빛나던 한국 아마복싱의 위상은 온데간데없고 2006 도하, 2010 광저우 두 대회 연속 노골드 수모만 남았다.

새옹지마라고,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한국 복싱의 앞날에 최근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아빠 복서’ 한순철(31 서울시청)의 깜짝 은메달이 나왔고, 배우 이시영의 아마추어 복싱 도전으로 오랜만에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다. 생활체육에서도 호신 및 다이어트 용으로 복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복싱계는 오랜만에 불어온 이 훈풍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각오다. 다시금 ‘복싱 붐’의 불길이 번지길 기대하고 있다. 협회 차원의 노력도 어느 정도 결실을 봤다. 오는 11월 제주에서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총회와 세계여자선수권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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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차이나 오픈 국제복싱대회에서 입한 한국의 신종훈(-49kg), 최상돈(-52kg), 김형규(-81kg), 최수연(-75kg, 이상 왼쪽부터). 사진=대한복싱협회

이제 불만 붙이면 된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좋은 성적이 그 불씨다. 전 체급(남10, 여3)에 참가하는 한국은 우선 최소 1개의 금메달이라도 따내 끊어진 금맥을 잇는 데 집중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7월 모의고사 격인 차이나오픈에서 금1 은1 동2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아시아 최강 카자흐스탄이 1진을 보내지 않았다는 이점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남자의 목표는 금메달 1개를 포함한 메달 4개. ?60kg급에서 한순철이 든든한 맏형으로서 선수단을 이끄는 가운데 차이나오픈에서 금메달을 따낸 ?81kg급의 김형규(23 한국체대)와 2011 세계선수권 ?49kg급 은메달리스트 신종훈(26 인천시청)을 주목할 만하다. 경량급의 최상돈(26 영주시청)과 함상명(20 용인대학교)도 숨은 실력자다.

금메달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앞서 언급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옛 소련 국가 선수들이다. 이들은 체격이 좋고, 선수층이 두텁다. 특히 카자흐스탄 복싱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4체급을 석권했다. 이외에도 중국, 태국, 필리핀, 몽골 등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3체급 모두 한국이 열세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 중국의 벽을 넘어야 하며 북한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 여자복싱은 국제무대에 많이 출전하지 않아 구체적인 전력은 베일에 싸여 있으나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5월 라이언스컵에서 우승한 ?75kg급 최수연(27 경북체육회)과 대표팀 막내 김예지(23 한국체대)이 메달 획득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홈 이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이변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복싱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한층 재밌어진 경기 운영 방식이다. 인천 대회는 작년 세계선수권부터 도입된 규정 변화가 처음 적용되는 아시안게임이다. 우선 남자는 헤드기어를 벗고 경기를 치른다. 관중이나 시청자 입장에서 선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KO의 증가 등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는 덤이다.

유효타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었던 스코어링 시스템도 다시 예전 88 서울 올림픽 때의 감점제 방식으로 돌아갔다. 5명의 심판이 라운드별로 우세한 경기를 했다고 판단한 선수에게 10점 만점을 주고, 열세였던 선수에게 6~9점을 주는 방식이다. 심판 5명 중 경기 전 무작위로 추첨된 3명의 점수가 반영된다. 경기장 안에서는 모든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스코어를 공개하지 않는다. 오직 TV중계로만 2라운드부터 시작할 때마다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심판의 주관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점수를 바로 공개하지 않아 훨씬 긴장감 높은 경기가 기대된다. AGNS 나혜인 스포츠전문가 yri2001@naver.com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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