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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승전결 야구] 롯데답고, 삼성답다
삼성 10- 7 롯데(8월 26일)

사자와 거인의 차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은 100경기 만에 시즌 66승, 승률 0.673로 갈수록 고공비행 중인 반면 4위로 반환점을 돈 롯데는 후반기 들어 5승18패로 승률(0.217)이 가장 나쁘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1승 9패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극과 극 두 팀이 만났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롯데가 역전패를 당하며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잘 나가는 집안’과 ‘흔들리는 집안’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날 승부의 결정적인 순간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3회 말과 4회 초였다. 연속으로 펼쳐진 이 장면이 두 팀의 현재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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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번번히 찬스를 날려버린 손아섭. 5타수 무안타에 모두 내야땅볼을 기록하며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롯데다운 3회 말

먼저 3회 말 롯데의 공격. 선두 1번 황재균과 2번 정훈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주자 1,2루의 찬스를 거저(?) 얻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이 2명의 타자에게 9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중 8개가 볼이었다. 순간적으로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것.

여기에 다음 타자는 손아섭. 당연히 롯데는 2점 이상을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면 롯데 선발이 에이스 유먼인 까닭에 쉽게 승기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비극을 설명하기에 앞서 상황을 정밀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손아섭에게는 무조건 성급한 공격보다는 흔들리는 장원삼을 더 괴롭힌다는 자세가 필요했다. 즉, 무조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공략한다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벌였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볼을 골라내다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이 온다면 희생번트를 대 주자를 2,3루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타순이 최준석, 히메네스, 박종윤, 그리고 이날 타격감이 올라온 강민호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장원삼은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고, 볼카운트는 3볼1스트라이크 상황이 됐다. 손아섭에게 더욱 유리해졌다. 공 하나정도 더 보고 승부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손아섭은 분명히 장원삼이 스트라이크를 넣을 것이라는 예상 하에 잔뜩 힘이 들어 간 상태로 스윙을 했다. 결과론이지만 욕심이 과하면 좋은 타격이 나오지 않는다. 손아섭의 타구는 평범한 2루수 땅볼이 됐고, 병살타로 처리되며 순식간에 투아웃! 허망했다.

모두 발 빠른 주자들이었기에 차라리 3볼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런앤히트’ 작전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곱씹을수록 아쉬워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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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초 롯데 김사율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 날리는 최형우. 시즌 27호 홈런이다.

삼성다운 4회 초

강팀은 찬스에서 뽑을 점수를 확실히 뽑고, 약팀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쉽게 날리는 법. 삼성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즉, 4회 초 공격은 삼성이 왜 부동의 1위를 달리는지를 설명한다.

선두 5번 타자 이승엽과 6번 조동찬은 상대 선발 유먼이 초구부터 정면 승부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각각 초구와 2구를 노려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조금 전 롯데와 같은 무사 주자 1,2루! 타석엔 7번 박해민.

예상대로 번트작전이 나왔지만 박해민은 초구와 2구 번트에 실패했다. 하지만 불안은 여기까지였다. 다음 순간 방망이를 최대한 짧게 잡고 우측으로 콤팩트하게 당겨쳤다. 최소한 진루타라도 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졌다.이 타구는 우익수 앞 안타가 되면서 2루 주자를 불러 들었고, 삼성은 다음 타자 이지영의 희생번트와 김상수의 이지 외야플라이로 추가 득점을 얻었다. 정말이지 교과서 같은 공격이었다.

삼성은 3-5로 2점을 뒤진 6회 초에도 안타 없이 볼넷으로 출루한 박해민, 김상수가 연속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짧은 안타로 쉽게 동점을 만들었다.

10승 투수 유먼의 실점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승수에 비해 시즌 평균자책점 5.51로 썩 좋지 않았고, 특히 삼성을 상대로는 유독 약했기 때문이다(평균자책점 7.36). 다만 팀이 모처럼 10안타를 치며 5점을 뽑았는데 6회 초 거푸 볼넷을 내주고, 무려 5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등 위기를 자초한 것이 에이스답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에이스가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하면 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롯데는 연패를 끊기 위해 이날 히메네스와 신본기를 콜업하는 등 애를 썼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말았다. 부산의 폭우피해 때문일까? 롯데의 부진이 한층 우울하기만 하다. [야구칼럼리스트_해럴드 정]

*기승전결은 ‘막힌 부가 개된 정적인 순간이라는 뜻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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