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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년의 기다림, 캔자스시티의 마지막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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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 사진출처=로얄즈 홈페이지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베이스볼 아메리카(이하 BA)는 2011시즌을 앞두고 유망주 랭킹을 발표했다. 당시 캔자스시티는 10위 이내에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타카스, 윌 마이어스까지 3명을 포진시켰으며, 100위권 내로 범위를 넓혀도 8명으로 3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급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BA는 당시 캔자시스티의 팜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우며, 2013년 아메리칸리그 팀들은 캔자스시티를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가 거둔 성적은 86승 76패. BA의 경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2003년 이후 꼬박 10년 만에 거둔 위닝 시즌이자 92승을 거둔 1989년 이후 24년 만의 한 시즌 최다승이었다. 특히 후반기에 기록한 43승 27패의 성적은 아메리칸리그 1위 기록. 28년째 캔자스시티 팬들은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오랜 터널의 끝을 암시하는 희미한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프시즌. 캔자스시티는 아오키와 인판테를 영입하며 타선 보강에 힘썼다. 새로운 테이블세터를 구축해 알렉스 고든을 리드오프로 기용해야 했던 비효율적인 라인업을 바로 잡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30대 초반 선수들의 영입으로 자연스레 신구조화도 이뤄졌다. 데이튼 무어 단장의 노림수는 날카롭게만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캔자스시티를 다크호스로 꼽았다.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 6월을 맞이한 캔자스시티는 10연승의 첫 번째 질주를 통해 디트로이트에 1.5경기 차 앞선 지구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전반기 잔여 경기에서 9승 14패에 그치며 7.5경기차 2위로 전반기를 끝낸 캔자스시티는 7월 말부터 두 번째 질주를 선보였다. 8월 26일(한국시간)까지 19승 5패로 디트로이트에 2경기 앞선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캔자스시티가 8월 이후 지구 선두에 나선 것은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던 198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팀. 올 시즌 역시 3.55으로 리그 4위에 올라있다. 제임스 쉴즈를 필두로 홈구장인 카우프먼 스타디움에 꼭 알맞은 투수인 제이슨 바르가스, 그리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요다노 벤추라와 대니 더피까지 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캔자스시티 선발진은 올 시즌 76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로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불펜도 견고하다. 특히 7-8-9회로 이어진 켈빈 헤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 트리오는 난공불락 수준. 세 선수의 합작 평균자책점은 1.35이며, 데이비스의 0.80은 올 시즌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중 가장 낮은 수치다(데이비스 56.1이닝). 이에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리드를 안고 7회를 맞이한 경기에서 53승 3패, 승률 .946이라는 리그 2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의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1위 - 샌디에이고 45승 1패 .978 / 2위 - 미네소타 41승 2패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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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얄즈 팬들의 응원 모습. 사진출처=로얄즈 튀위터

높은 타율, 낮은 득점
선발진에 다소 물음표가 있었지만, 투수진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여기에 최고의 외야 라인을 비롯한 캔자스시티의 수비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애당초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성패는 공격력에 달려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최근 수년간 캔자스시티 공격의 문제는 효율성에 있었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지만 점수를 뽑아내는 능력에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존재했다. 캔자스시티는 2012년 리그 4위, 지난해는 리그 5위의 팀 타율을 기록했지만, 팀 득점은 각각 리그 11위와 12위에 그친 바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난 2년간 득점권 타율은 각각 리그 2위와 3위였다. 득점권 상황에서 집중력은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팀 타율과 득점 사이의 불균형은 혈기왕성한 로얄스 타자들의 인내심 부족 때문이었다. 캔자스시티의 볼넷 수는 2012년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였으며, 지난해 역시 아메리칸리그 13위에 그쳤다. 하지만 볼넷이 적은 이유가 단순 선구안만의 문제는 아니었는데, 지난 2년 연속 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은 삼진을 당한 팀이기도 했다. 캔자스시티의 젊은 타자들은 볼 카운트 싸움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대신, 빠른 볼 카운트에서도 공이 일단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방망이를 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캔자스시티는 리그를 대표하는 소총부대 팀으로, 홈런 숫자에서 2012년 리그 12위, 지난해는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 홈런 112개를 기록한 지난해의 경우 리그 홈런 1위 팀 볼티모어와는 정확히 100개 차이가 났으며, 리그 평균인 167개보다도 55개 부족한 숫자였다. 이에 캔자스시티 타선은 홈런포가 터지지 않는 가운데 연속 안타 등 정공법으로 공략이 여의치 않은 투수를 만나면 좀처럼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으며, 성급한 타격으로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올 시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진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볼넷 역시 지난 2년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리그 최하위 - 297개). 홈런 숫자 역시 리그 선두 볼티모어(163개)의 절반 수준인 82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팀 타율은 리그 2위(.264)에 올라있지만, 득점력은 지난해보다 조금 상승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타율과 득점 사이의 간극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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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가 지난 8월 초 영입한 거포 조시 윌링햄. 사진출처=로얄즈 트위터

관건은 홈런

하지만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한 8월, 캔자스시티는 경기 당 4.95점(시즌 4.15점)으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투타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면서 캔자스시티는 25일까지 기록하고 있는 승패 마진 +15 가운데 +12를 8월에만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8월 캔자스시티의 타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삼진과 볼넷 개수에는 차이가 없다. 변화는 큰 것 한방, 홈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8월 가진 22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8월 팀 홈런 4위이며, 경기 당 0.95개로 시즌 전체의 0.64개보다 50% 가까운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8월 22경기 중 홈런을 때려낸 14경기에서 12승 2패, 그렇지 못한 경기에서 5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6월 10연승 당시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당시 캔자스시티는 10경기 중 7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몰아친 바 있다.

시즌 전체로도 올 시즌 캔자스시티는 홈런을 때려낸 경기에서 43승 13패, 그렇지 못한 경기에서 29승 44패를 기록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현재 캔자스시티가 지구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6월의 10연승과 8월 17승 5패라는 두 차례의 대 질주가 결정적이었다. 이 기간 캔자스시티는 32경기에서 34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나머지 97경기에서는 48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6월 10연승 이후 7월 말까지 최근의 질주가 이어지기 전까지, 캔자스시티는 27경기 중 15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고 같은 기간 9승 18패에 그쳤다.

더군다나 캔자스시티의 잔여 경기는 홈에서 20경기, 원정에서 13경기가 남아있다. 카우프먼 스타디움은 넓은 외야를 지닌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홈런 수는 홈에서 33개, 원정에서 49개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원정 승률(.574)이 홈(.541)보다 높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8월 초 무어 단장이 미네소타에서 조시 윌링햄을 영입한 것도 장타력 증대를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었다. 남은 33경기에서도 최근의 흐름이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 캔자스시티 팬들은 생각보다 답답한 흐름 속에 잔여 시즌을 지켜보게 될지 모른다.

홈런을 때릴수록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캔자스시티 타선의 본디 색깔이 볼티모어와 같이 홈런을 주무기로 한 팀이 아니라는 데 있다. 메이저리그 홈런 최하위팀의 성적이 홈런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으며, 최근의 질주에 있어 홈런의 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홈런이 실종되는 순간 6월의 10연승 이후 급격한 브레이크가 걸렸던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2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그들만의 '홈런함수'에 달려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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