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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토너에서 골프 교습가로...USGTF 우수 지도자 이병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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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TF 우수 지도자로 선정된 마라토너 출신 이병하 프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강원도 태백은 KLPGA투어에서 가장 좋은 스윙을 구사한다는 임희정 프로를 배출한 곳이다. 이 곳에서 열심히 골프 레슨을 하는 성실한 골프인이 있다. 주인공은 태백산 입구에서 오광 골프존 아카데미에서 근무중인 이병하 프로(46)로 지난 연말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KOREA의 10대 지도자에 선정된 우수 지도자다.

태백 출신인 이 프로는 황영조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마라토너를 꿈꾸다 골프 교습가로 전향한 케이스다. 경북체고와 인천체고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 등 싸이클 선수로 활약하던 이 프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뒤를 잇기 위해 강원도 고성의 동광농공고 재학중 마라톤에 입문했다.

이 프로는 당시 코오롱 육상단 소속이던 황영조 선수를 만나 좀 더 구체적인 꿈을 키우게 됐다. 강원도 삼척 출신인 황영조도 마라톤에 입문하기 전 싸이클 선수로 활동했기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라톤은 그의 길이 아니었나 보다. 여러 차례 무릎 부상을 당한 끝에 마라톤화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골프와의 인연은 우연히 찾아왔다. 1996년 군 입대를 앞두고 태백의 골프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연습장 헤드 프로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게 됐다. 이듬해 2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70대 후반 스코어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172cm 75kg의 아담한 체구를 갖췄으나 어려서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하체는 장타의 원동력이었다. 군복무 후 강원관광대 레저스포츠학과에 진학한 이 프로는 KPGA 투어 프로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후 어려워진 가정 형편으로 골프를 접어야 했다. 직장 생활을 한 10여년은 애써 골프를 외면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인연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2014년 직장생활을 하며 생활체육지도자 골프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이 프로는 재능 기부 차원에서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과 중학교 체육 수업에서 참여해 골프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레슨에 재능이 있다는 주변의 격려에 아내(김주미)와의 상의 끝에 결단을 내리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20개 타석의 실외 연습장에서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작하게 된다. 이 프로는 골프 규칙과 심리 상담, 스포츠 마사지 등 관련 분야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레슨을 하고 싶어 마침내 2019년 5월 USGTF 프로테스트에 응시하게 됐다.

첫 번째 도전은 낙방이었다. 태백에서 밤 11시에 레슨을 마치고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새벽에 테스트가 열리는 포천힐스 골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쪽잠을 자고 아무런 코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테스트에 응시했으니 탈락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 프로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두 달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했다. 하루 먼저 대회장에 도착해 연습라운드까지 해가며 테스트를 준비한 덕에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프로가 레슨 때 먼저 강조하는 부분은 에티켓이다.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이기에 골프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론 그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윙 중에 일어나는 모든 동작은 어떤 형태로든 그립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 프로는 “잘못된 그립은 90% 이상 스윙에 결함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피니시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는 “피니시 동작에 문제가 있다면 그 자체를 교정하려 하지 말고 그 이전의 동작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찾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독학 골퍼였다. 평소 180~200m 정도 거리를 내던 이 골퍼를 레슨한 적이 있는데 150m만 보내는 스윙 연습을 한달간 시켰다. 결과는 대만족. 힘으로 멀리 치려고 할 때 보다 스윙 아크가 커졌다. 그리고 부드럽게 휘두르다 보니 헤드의 무게도 느끼고 스윙 스피드도 향상돼 220~240m를 날리는 장타자가 됐다.

이 프로는 2020년부터 2년간 수도권 경기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동북지역 경기팀장까지 맡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USGTF 강원지역 홍보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올 1월부터는 임희정 프로의 모교인 황지초등학교 골프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 USGTF 우수 지도자에 선정될 수 있었다. 그의 꿈은 골프 실력도 최고, 인성도 최고인 골프선수를 육성지도하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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