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전인지(사진)가 다음 달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하기로 했다.

대회 조직위는 31일 전인지를 포함한 13명의 메이저 우승자가 포함된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메이저 3승에 빛나는 전인지는 성명서를 통해 “마침내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 여자 골프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하는 메이저 챔피언은 전인지를 비롯해 김효주, 지은희, 이정은6, 김아림(이상 한국)에 디펜딩 챔피언인 조지아 홀(잉글랜드),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 렉시 톰슨, 대니얼 강(이상 미국), 해나 그린(호주), 애슐리 부하이(남아공), 안나 노퀴스트(스웨덴), 패티 타바타나킷(태국) 등이다. 이들은 메이저 18승을 합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는 이 대회는 2월 16일부터 나흘간 제다의 로열그린스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120명이 출전하는데 LET 소속선수 60명에 세계랭킹 300위 이내 선수 50명, 그리고 10명의 스폰서 초청선수로 구성된다. 총상금 500만 달러(약 61억원)에 우승상금 75만 달러(약 9억원)가 걸려 있다.

이 대회에 앞서 오는 2월 2~5일 같은 골프장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개막전인 PIP 사우디 인터내셔널의 총상금이 500만 달러로 같다. 여성 차별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스포츠 워싱’에 골프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자 상징적인 남녀평등 조치로 상금 규모를 같이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의 총상금은 100만 달러였다.

렉시 톰슨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남자 대회와 똑같은 상금을 받기를 원했다”며 “아람코의 조치는 우리 여성 골퍼들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된다. 우리 모두는 미래의 여성 골퍼들을 위해 골프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올해 유럽여자투어(LET)와 함께 6개 대회를 치른다.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시작으로 방콕과 런던, 소토그란데, 뉴욕, 제다를 순회하는 단체전 경기인 아람코 시리즈를 개최하게 된다. 향후 아람코 시리즈는 한국과 호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창설한 새로운 남자골프투어인 LIV 골프가 PGA투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과 달리 여자 골프는 상대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돈이 많은 PGA투어와 달리 LPGA투어와 LET가 재정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LET는 2017년 재정 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렸다. 당시 스폰서 문제로 5개 대회가 취소됐다. 그 틈을 LPGA투어가 파고들었다. 2019년 마이크 완 당시 LPGA 커미셔너는 LET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LET는 오일 머니로 무장한 골프 사우디와 손을 잡게 된다.

이를 계기로 LET는 골프 사우디 이벤트에 월드랭킹 포인트가 부여되도록 도왔다. 이는 LPGA투어 스타들의 사우디행을 가능케 한 조치였다. 골프 사우디는 반대 급부로 2020년 총상금 100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개최했으며 올해 상금을 5배인 500만 달러로 올렸다. 아람코 시리즈는 올해 LET 스케줄의 20%를 차지한다. 또한 아람코는 앨리슨 리와 브론테 로, 안나 노퀴스트, 카를로타 시간다를 직접 후원하고 있으며 렉시 톰슨과 넬리-제시카 코다 자매 등 미국 국적의 스타들에게 거액의 출전료(어피어런스 머니)를 지불하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사우디 아라비아가 여자 골프에 돈을 쓰는 이유는 ‘스포츠 워싱’에 있다. 사우비 아라비아는 지난 해 성차별 지수에서 전 세계 153개국중 147위에 그칠 정도로 남녀 차별이 심한 나라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나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골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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