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모리카와.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주 하와이에서 열린 ‘왕중왕전’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골프가 얼마나 치열한 ‘멘털 게임’인지를 잘 보여줬다. 선두를 달리던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67번째 홀까지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으나 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진 경기 막판 3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리카와가 줄보기를 범한 14~16번 홀은 대회코스의 18개 홀중 난이도가 낮은 홀이었다는 점이다. 모리카와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이 세 홀서 마지막 날 44언더파를 합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리카와 본인도 3라운드까지 14~16번 홀서 버디만 7개를 잡았으나 최종라운드엔 하루에 3오버파를 쳤다. 멘털이 흔들리면 홀 난이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모리카와는 PGA투어에서 아이언샷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쇼트게임과 퍼팅이 불안하다는 평을 듣는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투어 통산 5승을 거둔 모리카와는 그러나 2021년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5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우승을 허용하며 멘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일로 자기 의심이 생긴 모리카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퍼팅 코치와 쇼트게임 코치를 별도로 영입해 열심히 연습했다. 경기가 없는 날엔 8시간도 좋고 9, 10시간도 좋았다. 그 성과가 지난 주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빠르게 나타났다. 모리카와는 3라운드까지 출전선수중 유일하게 노보기 플레이를 했고 퍼팅으로만 6.778타의 이득을 봤다. 그 결과 사흘간 이글 1개와 버디 22개를 잡아 6타 차 리드를 안고 최종라운드를 맞았다.
하지만 존 람(스페인)의 거센 추격에 흔들린 모리카와는 평정심이 깨지면서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바꾼 퍼팅 그립(손바닥을 퍼터 그립에 직각으로 댄 후 잡는)으로 절정의 퍼팅감을 보이던 모리카와는 최종라운드 7~17번 홀에선 60cm 이상 퍼트를 한 번도 넣지 못했다. 불안한 쇼트게임도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았다. 결정타를 맞은 14~16번 홀에선 75야드 이내 거리에서 3연속 보기를 범했다. 역전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모리카와를 지극히 평범한 선수로 만들고 말았다.
모리카와는 그래도 기자들을 피하지는 않았다. 변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대신 “슬프다" "돌아버리겠다”는 말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보기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오늘 그 무게를 알게 됐다”고 했다. 모리카와가 젊고 재능이 많기에 그에게 닥친 시련은 더 가혹해 보인다. 모리카와는 불행을 안긴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긴 뒤 1월 말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에서 열리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을 통해 시즌 두 번째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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