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가장 압박이 강한 샷은 첫 홀의 티 샷이다. 이것은 투어를 뛰는 선수나 주말골퍼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첫 티샷은 당일 스코어의 대부분을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샷이기도 하다. 1번 홀에서 좋은 티샷을 하려면 ‘신중한 골퍼’에서 ‘준비된 골퍼’가 되어야 한다. 골프장에 두 시간 먼저 도착해 샷 연습과 스트레칭을 하고 그린에서 퍼팅을 하는 것이다.
100개의 연습 볼을 친다면 50개는 쇼트게임, 40개는 아이언과 우드, 10개는 드라이버에 할애하는 게 좋다. 3년 동안 연습장에 가도 안 되는 샷이 당일 좋아질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클럽별로 몇 개씩 쳐 감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하나의 클럽이 잘 안 된다고 될 때까지 하지 말고 다른 클럽으로 넘어간다.
잭 니클라우스는 3번 홀까지 70%의 힘으로 치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고 한다. 3번 홀이 지나야만 몸이 충분하게 이완되고 경기력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골퍼들은 모두 그랬지만 요즘 선수들은 엄청난 체력훈련과 스트레칭으로 1번 홀부터 무시무시한 샷을 날린다. 이런 것들이 과거 잭 니클라우스의 시대와 타이거 우즈의 시대를 가름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면 30분을 스트레칭에 투자한다. 요즘 선수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에 의한 비거리 연구가 있었는데 5~10분을 했을 경우 5~7m의 비거리가 증가하고 20분 이상을 하면 13~20m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증가했다. 스트레칭은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에게 원하는 비거리를 만들어 주고 부상을 예방한다. 충분한 스트레칭은 좋은 갑옷과 방패를 들고 전쟁에 나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골퍼는 맨살에 방패도 없이 창 한 자루 들고 전쟁터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레전드인 김종덕 프로나 공영준 프로의 몸은 20대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 관리를 통해 아직도 이틀 시합에 16언더파 우승, 17언더파 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두 선수의 나이는 66세, 63세인데 비거리와 체력은 챔피언스 투어를 뛰는 선수 중 최상위 레벨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실전에 돌입하면 우아하고 멋진 스윙, 티브이에서 보던 선수들의 그림 같은 스윙을 잊어버리자. 기술적인 것을 버리고 동물적인 본능에 자신의 스윙을 맡기는 게 좋다. 볼 앞에서 자신의 스윙에 의문을 가지면 뇌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 좋은 샷을 할 수 없다. 샷의 화려함을 추구하지 말고 오직 바람이나 기온, 기상, 타격 거리 등 항상 변화하는 자연적인 조건들에 집중한다. 본능과 감각에 모든 것을 맡기고 라운드를 운영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다.
고수는 한 타를 버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하수는 한 타를 아끼려다 하루를 망친다고 한다. 고수가 된다는 건 실수를 한 상태에서 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골프는 불가사의한 운동이기도 하다. 상가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갔는데 라베를 하기도 하고, 몇 달 동안 쉬다 라운드를 나갔는데 미친 듯이 잘 맞는 설명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바보가 되지만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10년을 내다보는 천재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골프엔 이 두 가지의 비밀이 모두 있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한 치 앞도 못 보는 바보가 되던가, 미래를 예견하는 천재 골퍼로 나눠진다.
긴장을 푼 후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첫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서 보자. 이런 모든 준비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용기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해치우는 것이다. 부정적인 마음, 소심함, 자신에 대한 의심을 버린다면 언제나 좋은 첫 티샷을 날릴 수 있다. 충분한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스코어카드를 받아도 슬퍼하지 말자. 세상은 누군가의 슬픔이 없어도 이미 충분하게 슬픈 곳이니까.
*어부(漁夫) 비토(Vito)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김기호 프로는 현재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현역 프로입니다. 또한 과거 골프스카이닷컴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인기 칼럼니스트로 골프는 물론 인생과 관련된 통찰로 아름다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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