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춘천)=남화영 기자] KLPGA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2017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 원, 우승상금 3억 5,000만 원)이 열리고 있는 제이드팰리스GC파72 6,753야드) 6번홀 옆에는 풍수학자 최창조 씨가 쓴 ‘위지령비(慰地靈碑)’가 있다. 터를 관장하는 귀신(지령)을 위한 비석이다. 첫 문장은 이렇다. ‘삼가 아뢰옵건대 우리 인간들의 이기와 방종을 용서하시옵소서.’

2일 3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7언더파를 몰아치며 4타차 단독선두로 나선 오지현(21·KB금융그룹)의 마지막 18번홀은 이 위지령비를 생각나게 했다. 오지현은 이날 이 어려운 코스에서 노보기에 버디만 7개를 뽑아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 18번홀(파5)은 3라운드부터 478야드로 전장이 짧아져 버디 확률이 높다. 코스레코드와 함께 5타차 선두를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위기는 이렇게 자만하기 쉬울 때 온다. 오지현이 자신 있게 날린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며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오지현은 침착했다. 한 갤러리가 볼을 찾아줬고, 침착하게 언플레이볼을 선언한 후 3번째 샷을 날렸다. 볼은 안전하게 페이웨이로 떨어졌고, 4번째 샷을 핀에 붙여 파를 세이브했다. “볼을 잃어버릴 뻔 했지만 갤러리의 도움으로 찾았고, 이후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했다.” 골프를 할 때는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오지현다웠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승씩을 거둬온 오지현이 메이저 대회에서 첫 멀티우승을 달성할 기회를 잡았다. 선두에 2타차 뒤진 채 3라운드를 맞은 오지현은 3~5번 홀에서 내리 버디를 낚으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9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했고, 10번홀에서는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40cm 버디를 잡았다. 기세가 올랐을까, 15, 16번홀에서는 각각 10m와 5m의 까다로운 버디퍼트를 떨어뜨렸다.


아직 우승이 없는 정예나(29)가 3타를 줄이며 오지현에 4타 뒤진 2위에 올랐고, 2라운드까지 8언더파 단독선두였던 고진영(22 하이트진로)은 1타를 잃으며 7언더파 209타로 공동 3위에 랭크됐다. 미LPGA 투어에서 통산 3승을 기록 중인 초청선수 제시카 코다(미국)는 버디 9개와 보기 2개로 오지현과 함께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하며 3위에 합류했다. 함께 출전한 동생 넬리 코다는 합계 5오버파 221타로 63위로 떨어졌다.

한편 올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김인경(29 한화)은 이날 2타를 잃으며 공동 19위(3언더파 213타)로 순위가 밀렸고,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슈퍼루키’ 최혜진(18 롯데)은 1타를 잃으며 1오버파 217타로 공동 43위에 그쳤다. 또 상금, 대상포인트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은 2타를 줄이며 이븐파 공동 36위로 순위를 조금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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