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한화금융클래식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김장섭 골든베이골프장 총주방장.
경희대 호텔조리학과를 나와 호텔신라-서산수골프앤리조트 등을 거친 김 총주방의 인생은 요리 그 자체다. 전공은 중식. 22년째 호텔급 요리를 만들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 모르는 게 있을 리 없다.
“저희는 다릅니다. 명문 골프장답게 공들인 음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음식값이 착해요. (골프장)밖과 비교해서 1,000~2,000원 비싸거나 아니면 비슷하죠.”
고수답게 골든베이골프장 레스토랑의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대뜸 ‘가격’ 얘기를 꺼냈다. 조금 놀랐다. 한국에서 골프장은 그 시설이 좋으면 좋을수록 음식값도 올라간다. 찌개 등 단품요리가 2~3만원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골프만 치고 식사는 골프장 외부에서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오죽하면 부킹이 어려울 때는 ‘식사를 골프장에서 하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골프장 음식 애기가 나오면 가격은 쏙 빼 놓은 채 음식자랑만 하는 게 이쪽 동네 불문율이다. 어쨌든 실제로 확인해보니 골든베이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해장국은 9,000원이었다.
“대표메뉴요? 글쎄요. 다 권하고 싶은데. ‘서해안 회한상’이라는 게 있어요. 이쪽 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로 차리는데 14만 원이에요. 아, 4명이 먹는 가격입니다. 싼 거죠. 근처 바닷가 횟집도 이 정도 합니다.”
김장섭 총주방은 대표음식를 소개하면서도 ‘가격’을 빠뜨리지 않았다. 한여름에는 회 대신 아나고구이가 메인인 ‘태안한상’이 좋고, 스타트하우스에서는 용궁물회(4인 기준 4만 3,000원), 골뱅이무침이 일품이란다.
골든베이골프장의 간판메뉴인 '서해안회한상'. 15만 원에 4명이 배풀리 즐길 수 있다고.
사실 골든베이골프장 측은 가격을 확 낮추면서 매출이 떨어질까 내심 걱정을 했다. 하지만 회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패키지손님들까지 ‘식사는 무조건 골프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명품코스에 걸맞은 수준 높은 음식을 일반식당처럼 싸게 파니, 손님이 느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김 총주방장은 “골드베이골프장의 조창호 본부장께서 즐겁게, 편하게, 탈나지 않고 안전하게, 그리고 부담없이 맛있게 식사하는 곳으로 만들자고 했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살짝 직속상관을 언급하는 센스까지. 음식 만드는 사람이 인터뷰도 참 잘한다.
음식 얘기는 끝도 없을 것 같아 ‘골프’에 대해 물었다. 세계적인 대회인 만큼 외국 손님들의 입맛은 어떻게 맞출까?
“원래 골프장은 메뉴가 다양해요. 호텔은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등 전문식당을 따로 운영하지만 골프장은 한 곳에서 해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국손님도 문제될 게 없어요. 어제 보니 제시카 코다 선수의 일행은 스파게티 밑에 김치를 깔고 먹더라고요. 렉시 톰슨처럼 체구가 큰 서양선수들은 아무래도 육류를 좋아해요.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우리식 안심구이나, 불고기를 아주 잘 먹어요. 2011년 첫 대회부터 제가 음식을 준비했는데, 자랑 같지만 숱한 칭찬을 받은 반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김장섭 총주방장은 1년에 몇 차례 골프를 즐긴다. 11, 12월 비수기에 가끔 골든베이의 잔디를 밟기도 한다. 고객들의 몸상태와 심리를 알아야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기에. 그리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국내 주요골프장의 주방장들 중 지인이 많다. 한 번씩 만나 한국 골프장의 음식문화를 얘기한다. 전문가답다.
따지고 보니 외국 골프대회를 취재할 때, 골프장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좋은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 이 점도 한국 골프(대회)의 경쟁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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