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각의 차이가 어디서 온다고 명확하게 밝힐 순 없겠지만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흔히 우리가 서양(西洋)이라 통틀어 일컫는 유럽과 미국이 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확연히 구별되는 유럽과 미국의 관람 문화
'같은 팬 다른 문화' 왼쪽이 유럽이고 오른쪽이 미국이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를 예로 들면, 유럽 축구 경기장을 둘러싼 관중석은 왠지 전운이 감도는 전쟁터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흡사 전쟁이나 시위에 나온 것 마냥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일사 분란하게 박수를 치고 구호를 외친다. 상대팀이 공격할 때는 커다란 야유소리가 경기장을 울린다. 심한 경우 상대 팀의 팬을 공격하고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마치 축구가 그들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반면 미국의 관중문화는 유럽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선글라스를 끼고 마치 휴양지에 놀러 온 것 같은 옷차림으로 자기가 만들어 온 커다란 플래카드를 치켜들거나 각종 패스트푸드와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를 ‘즐기는’ 느낌이다. 경기를 관람하면서 소중한 자신의 인생과 여가를 누린다고 보인다.
역사적 차이
이처럼 다른 문화의 원인을 스포츠 사학자들은 ‘역사적 차이’로 분석한다. 체육경기장 건축전문가인 로드 셰어드는 “중세시대 유럽에서 왕족과 귀족들은 자리에 앉아 관람한 데 비해 평민들은 선 채 경기를 봐야 했다”면서 “반면 모든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귀족으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DNA
미국의 신보수주의(네오콘) 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한 신문 기고문에서 “첫 번째 순례자가 아메리카대륙에 발을 디딘 이래 미국은 늘 팽창국가였으며, 그것이 영토에 관한 것이든 경제나 문화, 지리정책에 관한 것이든 이미 40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팽창해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DNA는 스포츠에서도 상업주의와 맞물려 최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예컨대 1862년 미국에서 최초로 유료로 야구장 입장권 팔기 시작한 윌리엄 캠메이어는 입석권을 비싸게 파는 대신 차와 케이크 등을 제공해 이익을 창출해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외야석의 일부는 서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가 점점 흥행하고 열기가 더해질수록 각 구단은 점차 입석표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올려 좌석표를 파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대신 팔걸이와 바람막이용 커튼 등을 제공하면서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유럽의 DNA
산업 혁명기 당시 멘체스터의 풍경.
반면 유럽의 경우 상업적 전략 보다는 ‘노동자의 휴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근대 축구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축구의 발전은 공업도시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 했다. 실제로 유수의 명문 클럽이 있는 맨체스터나 리버풀도 한때는 세계의 공장과 같은 역할을 했다.
경제력을 갖춘 근로자들이 많은 반면 문화시설이 부족한 공업도시에서 노동자들에게 사랑은 받아 온 것이 축구다. 크리스토퍼 바우젠바인의 저서 <축구란 무엇인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공업도시로 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또 다른 고향, 혹은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그 정체성 찾기의 하나가 바로 축구팀의 팬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발전한 유럽 스포츠 문화는 구단의 운영에 바로 반영이 됐다. 경기 자체도 노동자들이 시간을 내기 쉬운 토요일 오후에 열렸고, 경기장도 편안한 서비스를 추구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늘날 유럽 구단들도 미국처럼 점차 좌석구역을 많이 늘리고 있으나 독일 뮌헨 소재 알리안츠 아레나처럼 최첨단기술을 자랑하는 경기장 중 일부는 여전히 입석 관객을 배려한 자리배치를 고수하고 있다. [컴퍼스(▶)·인포가이드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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