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우리은행'의 중심 임영희.
우리은행, 파죽의 13연승으로 승률 한때 9할 넘다
우리은행은 14일 현재 19승 3패로 9할에 가까운 승률(0.864)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파죽의 13연승을 내달렸다. 이 때 승률은 무려 0.905까지 치솟았다. 비록 13일 삼성생명전에서 3패째를 떠안으며 2008-2009 시즌 신한은행이 세운 역대 최고 승률(37승 3패 0.925) 기록 경신은 무산됐지만, 지난 3년간 ‘우리은행 왕조’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은행의 저력은 토종선수 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자농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자농구는 외국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올 시즌 귀화 혼혈선수 첼시 리를 영입한 하나은행이 외국선수를 3명 보유한 효과를 등에 업고 한층 진일보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우리은행 역시 경기당 16.86점을 기록하며 득점 2위에 올라 있는 쉐키나 스트릭렌이 제1의 공격 옵션이다. 하지만 스트릭렌 외 개인득점부문 톱5에 포진해 있는 4개 구단 외국선수들이 평균 15점 이상의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독주 비결은 결국 토종선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박혜진-이승아-임영희-양지희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토종선수 라인은 뛰어난 기량과 수년간 다져 온 조직력을 앞세워 다른 팀에 비해 한 차원 높은 농구를 구사하고 있다. 특히 포워드 임영희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34분 여를 소화하며 14.05득점 4.27리바운드를 기록, 지난 시즌보다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14일 현재 국내선수 득점 부문에서 첼시 리(14.9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비단 눈에 보이는 득점 뿐만이 아니다. 사실 올 시즌은 리그 전체적으로 득점 하락 현상이 눈에 띈다. 40점대의 저득점 경기도 더러 있었고, 예년에 비해 잦았던 연장 승부를 제외하면 각팀 평균득점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구는 상대가 넣은 것보다 한 골이라도 더 집어넣는 게 승리의 조건인 스포츠다.
우리은행은 기록상의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6개 구단 중 존 디펜스를 가장 원활하게 구사하는 팀, 실책이 가장 적은 팀(경기당 10.6개), 가드 박혜진이 국내선수 리바운드 1위(6.68개)를 달리고 있는 팀이 바로 우리은행이다. 한편으로 이렇게 작은 부분 하나하나는 우리은행이 3년간 최강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체화해 온 ‘우승 DNA’이기도 하다.
2위 KEB하나은행부터 5위 KB까지 승차는 단 2경기. 후반기 플레이오프 티켓을 향한 혈투가 예상된다.
2위 승률 0.524, 역대 최저 기록하나…치열한 중위권 판도
나머지 5개 팀이 우리은행의 4연패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애당초 더 많은 발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각 팀은 저마다 다른 ‘아픈 손가락’을 갖고 있었고, 한창 세대교체 중인 삼성생명이 5할 승률로 단독 3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기를 보냈다. 14일 현재 리그 2위 KEB하나은행의 승률은 0.524(11승 10패)에 불과하다.
35경기 이상 단일 시즌으로 리그가 운영된 2007-2008시즌 이래 2위 최저 승률은 08-09, 09-10 시즌 삼성생명이 기록한 0.575(23승17패)였다. 팀당 35경기로 치러진 시즌으로 폭을 좁혀도 2위 팀의 최저승수는 2013-2014시즌 신한은행의 21승이다(0.600). KEB하나은행이 휴식기 이후 14경기에서 10승을 건져야 가능한 수치다. 대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최저 승률 기록은 다시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KEB하나은행부터 5위 KB까지 승차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플레이오프(PO)티켓 두 장을 놓고 네 팀간 치열한 혈투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소위 ‘넘사벽’ 전력을 갖고 홀로 불쑥 솟아 있는 가운데 중위권 4팀의 전력은 장단점을 상쇄하면 대체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4라운드까지 특정 팀이 절대 우위를 갖고 있는 천적관계도 없어 시즌 막판까지 물고 물리는 경기가 연출될 전망이다. 최하위 KDB생명의 고춧가루를 피하는 것도 중위권 팀들의 공통된 과제다.
시즌 개막 전부터 다크호스로 손꼽혔던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가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샤데 휴스턴과 함께 가공할 트윈타워를 구성했지만 이들을 받쳐 줄 토종 가드들이 부족했다. 강이슬과 김이슬이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서수빈 등 어린 유망주가 발굴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신지현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포워드 라인에 베테랑 김정은이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후반기 선수단에 구심점 노릇을 해준다면 전체적으로 노련미가 부족한 앞선도 힘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KB스타즈 역시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강아정 이외 여타 선수들의 슛감각이 들쑥날쑥하다. 아무리 슈터들을 위한 패턴을 많이 갖고 있어도 제 타이밍에 슛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변연하의 체력 부담을 감안하면 홍아란의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최근 6연패가 컸다. 결국 정인교 감독이 옷을 벗었다. ‘감독 사퇴’라는 충격요법에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 다행히 전반기를 연패 탈출과 함께 마무리했다. 워낙 전력은 탄탄한 만큼 휴식기동안 처진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력 강화에 힘쓴다면 PO행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반면 삼성생명은 전반기 마무리가 가장 좋았던 팀이다. 4연패 이후 6경기에서 무려 5승을 쓸어 담는 상승세를 탔다. 13일에는 선두 우리은행의 14연승을 저지했고, 상대 전적 12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휴식기 동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근배 감독 부임 후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위한 체질개선에 힘써 왔던 삼성생명은 다른 팀들에 비해 ‘밑져야 본전’이라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여유로움이 일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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