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도 처음 6개월은 허니문 기간으로 좀 봐주는데 아직 두 달도 안 됐으니 체육계가 좀 살갑게 봐줬으면 한다.”
기업인으로 출발해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그렇게 말이 많았던 국립체육대학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3월 5일이 공식취임이었으니 벌써 한달 반이 훌쩍 지났다. 정치인 출신으로 정권의 낙하산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고, 스포츠 문외한인데 종합스포츠대학을 잘 이끌 수 있겠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그래서 찾아가 조금은 까칠한 인터뷰를 시도했다. 돌직구 화법으로 따지듯 물었는데, 3선의원 답게 시종 여유 있게 공격을 막아냈다. 정치에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이 있듯이 최소한 인터뷰로도 그의 초심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전격 교육과 스포츠 영역으로 넘어온 김성조(57) 한체대 총장을 <헤럴드스포츠>가 만나봤다.
-2012년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며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내년이 총선이고, 아직도 지역(구미갑)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 한체대 총장으로 전격 변신했다. 설마 내년에 총선에 나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한체대 총장 경력을 바탕으로 다시 정계에 가는 것 아닌가?
▲시작부터 세다. 정말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아시다시피 나는 총장 선거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인용해서 내가 정한 길을 뚜렷이 밝힌 바 있다. 4년 재임기간 중에는 무조건 학교에 집중할 것이다. 내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은 출마는 커녕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리고 임기를 마친 후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지금은 뭐라 얘기할 수 없다. 정치를 다시 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4년 동안은 한체대에 전념할 것이다(이와 관련해 인터뷰에 동석했던 한 교수는 “나중에 미래의 일이라 벌써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한체대 출신 총장이 4선 의원이 돼 한국 체육발전을 도우면 더 좋은 일이 아닌가?”라고 되물어왔다).
-국립대 총장선출에 정권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한체대 총장 선거에 정치적인 개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한체대 총장으로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지적장애인체육협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전임 협회장이 한체대 총장에 도전하는 것이 어떠냐고 여러 차례 권유했다. 숙고 끝에 이를 받아드린 것이다. 그리고 한체대 총장은 아주 엄격한 룰에 따른 교직원들의 선거를 통해 1차로 선정되고, 향후 정부가 추인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훌륭한 분이었는데 비교적 내가 큰 표 차이로 이겼다. 교직원들의 선택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누구도 정치권이나 어떤 세력으로부터 누구누구를 선택하라고 종용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월 6일 제6대 한체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서 김성조 후보는 랜덤으로 뽑힌 47명의 투표인단으로부터 36표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한체대 총장 임용 추천위원회가 최다득표자인 김성조 전 의원을 교육부에 추천했고, 교육부 최종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이전 4명의 총장 후보자가 교육부 심의과정에서 탈락하면서 한체대는 사상 유례가 없는 2년간의 총장 부재 사태를 겪었다.
-국립체육대학의 수장으로서는 스포츠 쪽 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스포츠 쪽에 관해 경험이 많은 사람이 오셨다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쪽 경험이 총장직을 수행함에 있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인으로 길러왔던 경영 마인드를 대학 운용에 대입해서 생동적인 경영을 할 수 있고, 또한 정치인으로 다져왔던 정치력 등이 의견 대립이나 소통에 관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전문지식은 훌륭한 한체대 가족들로부터 지금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체대 정원 늘린다
-지금 한체대는 정체돼 있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주고 활동할 계획인가?
▲오랜 총장 부재로 인해 주요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등 학교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고 생각한다. 그간 밀려왔던 많은 일들을 진행함과 동시에 추락한 위상을 회복해 나가겠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눈앞에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전 종목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한체대가 노력해야 한다. 한체대는 비인기 종목을 책임지지 않는가! 올림픽 메달 중 1/3은 한체대 출신이 따내왔다. 평창에서는 더욱 한체대가 열심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생 정원 제한을 풀어야 한다. 제한된 인원 만을 선발하다 보면 인재풀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11조가 넘는 예산이 투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종목 출전을 못한다면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 못 할 것이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처럼 개최국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회 흥행은 실패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한체대가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총장부재 시 논문표절, 학생인권침해 등 큰 문제가 터져나왔다. 교직원과 학생에 대해 각각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가?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을 생각해 보면 총장 부재에 따른 의사결정의 미진이 아닐까 한다. 최종 결정권자가 없었고, 제 때에 변하지 못하고 정체하고 말았다. 즉, 그동안 불거진 문제들도 고인 물이 썩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명하거나 감출 생각은 결코 없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겠다. 그 일환으로 교직원의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조만간 한체대 교직원의 청렴서약식이 열릴 것이다. 한체대 모든 교직원들이 윤리의식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학생들의 사회진출과 관련해서는 취업과 창업 부분에 대한 지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먼저 그 부분을 정리하고 취, 창업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을 확대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 인큐베이터 같은 한체대만의 창업 및 취업을 전담할 기구를 만들 생각이다.
-총장으로 부임한 후 인상에 남는 선수가 있었는가?
▲선수들이 생각보다 워낙 열심히 운동해서 솔직히 놀랐다. 기억에 남는 것은 모태범, 이승훈 선수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과정 오리엔테이션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강사로 초청됐다. 이때 급히 한체대 출신 스타플레이어를 초청했는데 흔쾌히 와주어서 이 선수들의 애교심에 정말 감사했다. 역시 체육인들이라 정이 넘친다.
-개인적으로 스포츠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또 50대 후반으로 체력은 어떻다고 자평하는가?
▲마라톤을 일년 반 정도 매주 일요일 뛴 적이 있다. 약 10km 정도는 무리 없이 뛰는 정도다. 그리고 중학생 때 유도를 약 2년간 했다. 지금도 시간나면 매주 등산을 한다. 해발 1000m 정도의 산을 어렵지 않게 다녀오곤 한다. 이 정도면 체력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 않은가 싶다.
-한체대 학생 및 20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싶은 말은?
▲요즘은 취직이 굉장히 어렵고 창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가야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되 보다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조금 쉽게 말해 눈높이를 조금 낮추는 것도 사회 진출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50년 가량일 텐데 그 세월 동안 직업 생태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저평가돼 있던 직업이 미래에는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다 넓은 안목으로 직업을 택해야 한다.
-끝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다룬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다. 우리 세대에는 아주 유명한 책이었는데 요즘은 관심이 좀 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젊었을 때 내 독서량은 주변에서 알아주는 편이였다. 군 복무 중 부친이 중대장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는데 내가 밤늦게까지 책 좀 보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상당한 책벌레였다. 요즘은 운동선수도 전공은 물론이고, 교양 등 폭넓은 공부를 해야 한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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