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도 중요하지만 최근 kt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 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프로다운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등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본래 kt는 ‘다크호스’로 통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져도 조직력과 투혼을 앞세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예상을 뒤집는 승부를 펼치곤 했다. 그러나 최근 kt의 모습에서 다크호스 면모는 실종됐다. 갈 길이 바쁜 kt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다.
외곽포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kt는 ‘국대 슈터’ 조성민이라는 걸출한 스코어러를 보유했다. 그러나 조성민의 능력을 배가시키지 못 하고 있다. 이는 동료 선수들이 외곽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대표 슈터라지만 동료들의 활약 없이는 상대의 집중견제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지난 29일 전 감독은 “외곽에서 다른 선수가 위협적이지 못하니까 조성민이 집중견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조성민이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케이티의 쌍포인 이광재(왼쪽)와 오용준(오른쪽). 케이티가 분발하기 위해서 그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사진=KBL 제공
운동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는 실전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 감독은 오용준과 이광재의 컨디션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도 그들을 아낌없이 기용했다. 두 슈터의 부활을 묵묵히 기다린 전 감독이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 이재도마저 주춤하고 있다. 득점력은 여전하지만 완급조절과 속공 상황에서 패스 전개 능력이 부족해 아쉬움을 사고 있다. 조직력이 생명인 kt에 없어선 안 될 부분. 경기 운영의 부담은 고스란히 조성민에게 전해진다.
kt의 현재상황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수장인 전 감독이 3일 과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로 인해 kt는 지난 5일 모비스전에서 전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kt는 희망을 봤다. 모비스를 상대로 kt의 분명한 팀컬러가 나온 것이다. kt는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모비스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했다. 4쿼터 초반에 8점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끈질긴 추격 끝에 kt는 경기 종료 3분 54초 전, 김현민의 덩크슛으로 역전을 일궈냈다. kt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이날 연장 접전 끝에 1점 차로 패배했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알찼다. 조성민의 외곽능력이 눈부셨다. 이날 조성민은 4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집중시키는 등 30득점(3점슛 6개)을 몰아넣으며 kt의 공격을 책임졌다. 또한 찰스 로드와의 2대2 플레이가 매끄러웠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옵션은 모비스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골밑에서는 군전역 후 복귀한 김현민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현민은 복귀 후 3경기에서 평균 13득점 5.6리바운드를 올리며 로드의 부담을 덜고 있다.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 했다.
복귀를 앞둔 전태풍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사진=KBL 제공
이제 전태풍이 나설 차례다. 전태풍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정교한 3점슛까지 갖춘 야전사령관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1대1 돌파를 통한 득점도 가능하다. 득점력과 경기 운영이 온전치 못한 kt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과연 전태풍이 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위기에 빠진 kt를 구제할 수 있을까. 그의 복귀전에 관심이 집중된다.[헤럴드스포츠=정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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