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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년만의 퇴역, 아듀 ‘하늘의 도깨비’…“F-4 마지막 순간 함께 하려 17시간 날아왔죠” [르포]
신원식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
55년 대한민국 영공 지킨 팬텀 임무 내려놔
‘호국영웅석’ 헌정·F-35A 축하비행 최고 예우
F-4E 마지막 비행 조종사 보고 뒤 조종간 전달
‘하늘의 도깨비’, ‘미그기 킬러’로 불리며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이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퇴역식을 갖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퇴역식을 주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고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되므로 이에 전역장을 수여함”이라고 적힌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수원) 기자]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고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되므로 이에 전역장을 수여함.”(2024년 6월 7일 국방부장관)

‘하늘의 도깨비’, ‘미그기 킬러’로 불리며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이 7일 무거운 임무를 내려놓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이날 공군 수원기지에서 F-4 팬텀 퇴역식을 주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분단 한반도의 영공을 반세기 넘게 지킨 팬텀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며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신 장관은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라며 “대한민국 영공 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가안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입된 팬텀은 50년 넘게 대한민국 하늘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 성원에 보답했다”면서 “팬텀의 마지막 여정은 공군 역사상 가장 멋진 전투기 퇴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의 언급 대로 팬텀의 퇴역식은 각별한 예우를 갖춰 거행됐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때는 F-4 팬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조종사를 기리는 ‘호국영웅석’에 조종 헬멧과 태극기가 헌정됐다.

신 장관의 마지막 출격명령이 떨어지자 F-4E 2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한 뒤에는 전현직 임무요원들에 대한 감사장과 표창장이 수여됐다.

팬텀 전력화 초기 임무요원들을 대표해 감사장을 받은 이재우 동국대 석좌교수(예비역 소장·89)는 “최신예 팬텀을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대구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며 “벌써 55년이 지나 팬텀의 마지막 비행을 보니 콧날이 시큰해진다”고 말했다.

이 석좌교수는 1969년 F-4D 6대 첫 인수 당시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비행해 대구기지에 내린 조종사 중 한명이다.

F-4E 마지막 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은 신 장관에게 임무종료 보고 뒤 팬텀의 조종간을 전달함으로써 팬텀의 임무가 모두 끝났음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신 장관과 공사 29기 예비역 조종사들도 함께 했다.

신 장관과 공사 29기는 1958년생 동기들로 팬텀 역시 1958년 미국에서 출고돼 첫 비행을 가졌다.

F-4E 비행에 이어 퇴역식 마지막 순간에는 ‘아우 전투기’들인 F-16과 KF-16, FA-50, F-15K, 그리고 팬텀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F-35A 스텔스전투기가 축하비행을 펼치며 대미를 장식했다.

‘하늘의 도깨비’, ‘미그기 킬러’로 불리며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이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퇴역식을 갖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공군은 퇴역식을 앞두고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과거 정글무늬 도색을 복원했다. 한국은 안보위기가 고조된 1975년 국민들이 앞 다퉈 낸 방위성금으로 F-4D 5대를 구입했는데 ‘방위성금 헌납기’로 불렸다. [공군 제공]

한국 공군의 F-4 퇴역식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퇴역식을 앞두고 지난 5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내외신과 해외 밀리터리 매니아 등 200여명이 찾았다.

근육질의 남성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인상의 팬텀은 전세계 항공기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팬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17시간을 비행해 한국을 찾은 스테판 씨는 “마지막으로 팬텀을 보게 돼 매우 특별하다”며 “유럽에서도 독일과 튀르키예,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F-4를 볼 수 있지만 한국의 특별한 도색은 결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맥도널 더글라스에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제작한 팬텀이 여기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라면서 “팬텀이 사라지는 것은 슬프지만 우리는 미래로 가야하고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F-4 팬텀은 단종될 때까지 총 5195대가 생산됐으며, 한국 공군은 최근 퇴역식을 앞두고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과거 정글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복원했다.

한국은 1969년 미국의 특별군사원조에 힘입어 F-4D 1개 대대를 도입했으며, 1972년 베트남전에 F-5A와 F-5B 30여대를 보내면서 미국으로부터 F-4D 18대를 무상·무기한 조건 임대했다.

특히 안보위기가 고조된 1975년 국민들이 앞 다퉈 낸 방위성금 가운데 70억여원으로 F-4D 5대를 구입했는데 ‘방위성금 헌납기’로 불렸다.

이후 F-4 팬텀은 1986년 F-16D 도입, 2005년 F-15K가 도입되기 전까지 1980~90년대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늘의 도깨비’, ‘미그기 킬러’로 불리며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이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퇴역식을 갖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퇴역식을 주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고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되므로 이에 전역장을 수여함”이라고 적힌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공군 제공]
shindw@heraldcorp.com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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