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관회담서 협력·발전 공감대
왕이 “상호 편리한 때 방한할 것”
한국과 중국 외교 수장이 4시간 가까이 대면하면서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양국 관계에 대한 문제의 배경에는 시각차가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협력과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사안별, 분야별로 균형 감각을 갖고 다른 국가와 협력해 오고 있다”며 외교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조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양국 관계에 ‘제약’이 있는 현 상황에 공통의 인식을 가졌다. 왕 부장은 “중한(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명확히 증가했는데 이는 우리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왕 부장은 “나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며, 우리가 힘을 합쳐 중한(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4시간 동안 양자 회담과 만찬을 이어가며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다. 양 장관은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적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조 장관은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고 왕 부장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장관은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등 양국 외교부 주도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 장관은 양 국민 간 상호인식 개선과 우호정서 증진을 위해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북핵·북한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한 점하고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조 장관은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우리 외교부는 밝혔다.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양 장관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또한 한중일 협력, 한반도 정세 및 기타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짧게 밝히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