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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내 딸 있는데 한번만"…韓구호대 "비명보다 고요함이 더 무서웠다" [튀르키예 열흘간의 사투①]
튀르키예 지진 대응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1진 인터뷰
튀르키예 지진 대응 1진 긴급구호대에 파견됐던 김민지(오른쪽) 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KDRT)가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한 것은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약 48시간 만이었다. 군 수송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구급대의 앰뷸런스와 소방대의 사이렌 소리, 비명과 울음으로 가득한 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들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생존자 구조가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이 적막함 속에서 더 많이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싸우던 나날들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달 28일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김민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32)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27)은 튀르키예 지진 대응 KDRT 1진에 소속돼 현장 임무를 수행했다.

"65세 여성 구조했지만, 그를 꼭 안고 있던 남편은 숨져"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에서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가 어린이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연합]

튀르키예에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색활동 시작 사흘째인 지난달 11일(현지시간) 65세 여성이 구조됐다. 골든타임이 지난 후 생존자 구조 성과였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김 대리는 “가족으로 추정되는 남성분 품 안에 계셨는데 구조대원분들이 그분을 구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남편의 품에 안겨있던 아내는 KDRT에 의해 구조됐지만, 남편은 끝내 숨졌다.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생존자 구조가 최우선이다. KDRT 구호복을 보고 도와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뒤로한 채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하는 대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김 대리는 “이 건물 안에 내 딸이 있는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느냐는 호소를 하셨는데 생존자 소식을 듣고 출동하는 도중이라 지체할 수 없어 말씀을 드리니 저희를 보내주셨다”며 “뒤를 돌아보니, 그 분은 울고 계셨다”고 말했다.

가족의 사진, 유품, 자녀들이 입었던 옷을 걸어두고 무너진 건물을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백 전임은 “언론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 홀로 남겨진 현지 주민을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적절한지 알 수 없어서 위로의 눈빛만 보냈다”며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드렸으면 하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했다.

첫날 가득했던 앰뷸런스 소리도 어느새 잠잠…‘골든타임’ 체감
튀르키예 지진 대응 1진 긴급구호대에 파견됐던 김민지 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같은달 7일 인천공항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튀르키예로 향하는 순간부터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당초 아다나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튀르키예 재난당국의 요청으로 피해가 더 큰 가지안테프 지역으로 가기로 결정됐다.

마음의 준비는 수십번 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 목도한 상황은 더욱 충격이었다. 김 대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 것과는 별개로 현장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다”며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앰뷸런스 소리와 차량 경적 소리, 비명이 들렸다”고 떠올렸다.

건물과 도로가 파괴돼 2㎞를 가는데도 3시간이 걸려서 간신히 도착했다. 백 전임은 “공항 쪽은 피해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피해지역으로 갈수록 각종 소음과 무너진 건물들이 보여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코이카는 KDRT가 소집되면 사무국 역할을 맡게 된다. KDRT의 의료진과 소방대원, 특전사 대원이 직접 수색과 구호, 치료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지원과 국제구호대와의 소통, 재난 발생 국가와의 협력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

백 전임은 “오전 7시30분에 출동하는 구조팀을 위한 차량 조달과 통역을 매칭하는 역할과 현장 상황을 총괄집계하고 본부에 보고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유엔공동조정센터(UCC)에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해 하타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20여개 국가에서 파견된 국제구호대와 상황을 공유하는 일도 KDRT 사무국의 주요 일과였다.

김 대리는 “저희가 활동한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도 여러 나라의 구호대가 구역을 정해 활동을 하는데 수색 상황을 공유해야 도움이 필요한 지역으로 향할 수 있다”며 “각 구호대의 숙영지 정보도 교환해 서로의 안전 보안 문제를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같이 들리던 앰뷸런스 소리도, 차량 소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KDRT 숙영지에서도 적막함만이 남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생존자 구조 소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김 대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조용해지고 이재민들도 대피령으로 이동을 하면서 남아있는 분들은 아직 건물 안에 남아있는 가족이 있는 분들뿐이었다”며 “점점 조용해질수록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상=윤병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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