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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韓美 사드비용 밀당? 트럼프가 진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이 또 호구네. 결국엔 우리가 사드값을 내야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드 비용 언급에 이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론상 한국이 사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려면 트럼프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꽤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사드 비용을 부담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미국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 비용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한국에 부담시키기 원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올해 예산안에 반영하려던 장벽 건설비용 14억달러를 내년 예산안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던 정책 다수가 철회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주한미군은 한국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했고, 10억달러는 사드 1개 포대 값이다. 트럼프가 사드 비용을 한 푼도 에누리없이 한국으로부터 받으려고 마음먹은 셈이다. 이렇게 딜을 던져놓으면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아무리 깎더라도 최소 수천억원은 부담하게 될 거라는 밑그림을 그린 듯하다. 뼈속까지 장사꾼 기질이 엿보인다.

그러나 과연 트럼프가 한국에 사드값을 받아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사드 비용 처리문제는 이미 한미간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한국 사드값 1조원 청구, 현실성 떨어져=우리 국방부는 28일 오전 트럼프의 사드 비용 청구 발언 직후 입장 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트럼프의 돌발 공격에 당분간 한미간 어색한 탐색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이 기댈 수 있는 팩트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 공동실무단 차원에서 사드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직후 미국과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고, 비용 문제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르기로 했다.

SOFA에는 한국에 배치되는 미군 전력에 대해 한국 측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기로 돼 있다. 대신 미국 측은 전력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사드 장비 비용은 미국이 대고, 사드 부지 비용은 한국이 댄다는 게 한미 양측의 합의였다.

미국이 사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매년 한국이 1조원 가량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편법을 쓸 거라는 예상이 항간에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역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처럼 주한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측 분담금이 경제력 대비 일본, 독일보다 오히려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또한 국방부는 국내에서 사드 반대 여론이 높을 때 미국이 사드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반대 여론을 돌리려고 애쓴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사드 비용을 트럼프 요구대로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을 바꿀 경우, 국방부는 국민적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SOFA 합의, 남한 여론, 북한 도발…머리 아픈 美=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수 차례 사드 비용을 한국에 요구할 경우, 이 문제는 한미 국방당국 간의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양국간의 정치외교적 이슈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 차기 대통령이 정치적 관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남북한의 정치역학 구도상 트럼프로서도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을 뽑는 한국에서 미국 측 돈 요구에 등 돌린 민심이 사드에 부정적 입장인 후보로 쏠릴 수 있다. 다시 이는 차기 대통령의 사드 철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또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 본토를 겨냥한 핵도발 야욕을 꺾지 않고 있다.

자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를 막아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사드배치가 발등의 불인 셈이다. 미국이 한국과 장시간 ‘밀당’을 벌일 여유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미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 사드는 일본 사드, 괌 사드와 함께 미사일 궤도 추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격이다. 사드는 현재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군에 절실히 필요한 존재다.

만약 트럼프가 어떻게든 사드 비용을 한국으로부터 받으내려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쓸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가 미국에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트럼프를 침묵시키고 있다.

실제로 취임 전 주한미군 철수 등을 쉽게 거론하던 트럼프는 취임 후 주한미군 철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깨달은 트럼프가 섣불리 손해가 확실한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평택에 새로 조성된 주한 미군기지는 미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다. 최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춰 미 동북아 전략의 핵심 역할을 한다.

미국 공화당 정부 논리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보수 씽크탱크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을 전후해 주한미군 주둔이 주한미군 철수보다 미국 국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다수 낸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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