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출신 역대 최연소 주한 미 대사…아시아 회귀 전략 기획·오바마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핵심인물
“젊지만 강하다” 성김 전 대사의 뒤를 이어 29일 부임하는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 대사에 대한 평가를 압축한 말이다. 리퍼트 대사의 올해 나이는 41세. 1955년 당시 45세의 나이로 부임했던 윌리엄 레이시 전 대사의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 대사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통 외교관이 아닌 국방부 출신이라는 점도 생소하다.
젊은 그가 대사직을 맡게 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외교ㆍ안보 라인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깜짝 방문해 리퍼트 대사를 “내 오랜 친구”라 부르며 취임을 축하했다.
리퍼트 대사가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그가 오바마 의원실로 옮기면서다. 이후 오바마 캠프의 선거 운동과 정책을 진두지휘한 것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리퍼트 대사였다는 것이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그가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낙하산 인사’이거나 실력도 없이 연줄로 자리를 꿰 찬 ‘정(政)피아’인 것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전략(Pivot to Asia)’을 기획한 인물이 바로 리퍼트란 게 정설로 통한다.
2006년 1월 오바마를 따라 이라크를 함께 방문한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이후 오바마와의 별도 회동 등을 통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유휴 병력을 아시아로 돌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그는 나이에 비해 아시아 정책을 다룬 경험이 많고 주어진 사안에 집중하는 힘이 대단하다”며 주한 대사 직에 적임임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그의 부임으로 미국이 한미동맹에 부여하는 가치가 올라갔다며 고무돼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미국이 예산 부족 등으로 중국을 혼자 견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리퍼트 대사는 정확히 꿰뚫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 “한ㆍ미동맹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의 하나로, 지금처럼 강했던 적은 없었다”는 그의 취임 일성은 역설적으로 한국이 동북아 안보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미국 정부가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알리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