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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일본의 막장 생트집
이런 것을 두고 ‘어처구니없다’고 합니다. 어처구니, 아시는 바와 같이 믹서기나 도깨비방망이가 없던 시절, 곡식을 갈기 위해 맷돌을 손으로 돌 릴 때 쓰는 나무 손잡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강한 석질의 돌로 만든 맷돌이기에 손잡이가 없다면 어떻습니까. 황금알곡도 무용지물인 것이지요. 그래서 일이나 상황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쓰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우리 군의 동해상 사격훈련에 대해 “중단하라”고 했답니다. 느닷없이 말입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라는 이름의 일본 관방장관, 툭하면 독도와 군대위안부 문제로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안기는 작자입니다. 개인적으론 미안하지만, 일국의 국방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좀스럽고 짠 티 나는, 그러니까 옛날 전당포 주인 같은 풍모의 그 사람 말입니다. 

대한민국 고유영토 독도

그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사격훈련은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측에 훈련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그동안 독도 방어훈련에 오지랖 넓게 구시렁대긴 했지만 공해상 훈련을 문제 삼은 것은 완전 의외입니다.

이번 사격훈련 지점은 독도에서 남서쪽으로 20.1km 떨어진 가로 148km· 세로 55.2km 직사각형 해역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사격훈련 해역에 독도 주변 일본 영해(가로 3km·세로 6km)가 포함됐다는 주장입니다. 

우리해군의 동해상 사격훈련

당연히 우리 외교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갈하고 저들의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일본의 수작은 뻔합니다. 버거운 상대인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다음 달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일본과 중국은 서로 깐죽대며 활키고 물어뜯는 개와 원숭이 사이(犬猿之間)처럼 고약합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를 놓고 중국과 일본은 서로 자기네 것이라고 우격다짐을 벌이고 여차하면 공중전이든 해상전이든 마다않겠다는 자세입니다.

사실, 낚시조(釣)에 고기어(魚) 섬도(島)인 조어도는 글자그대로 그 옛날 이쪽저쪽 나라에서 통통배를 타고 와 낚시하던 섬이랍니다. 하루는 구워먹으면 하루는 회 떠먹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섬이 세월이 흘러 국방의 첨예장소가 된 것이지요. 섬 분쟁도 분쟁이지만 더 속 깊은 갈등은 과거사, 다시 말해 일본의 전쟁유린입니다.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 몹시 상하는 진정 용서 못할 행위인 겁니다. 그 것을 놓고 일본은 반성은커녕 제 옳다고 우깁니다. 

독도 상공을 초계비행하는 우리 공군

우리와는 더 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일본과의 관계는 사납습니다. 아베정권이 들어선 이후 줄곧 그렇습니다.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군국주의 깃발을 다시 치켜세워들고 세계와 한반도 평화 운운합니다. 이제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까지 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를 정치적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고노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양국 간 정치적 타협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는 겁니다. 아베정권은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고 대놓고 말하고, 이것도 모자라 위안부 문제는 일단락 났다고 선언하려 합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옹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입니다.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 뜻하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인사참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정혼란 수습을 위한 개각이 총리인선에서부터 꽉 막혀버렸습니다.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지금 문창극 후보자가 곤경에 처했습니다. 과거발언이 문제가 된 겁니다.

공교롭게도 그 발언의 핵심이 일본의 과거사와 직결돼 있습니다. 일본식민지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겁니다. 순전히 교회 안에서 그렇게 믿기로 결심한 그런 이들 사이에서 한 말이란 건 잘 알려진 일입니다. 그러나 소재가 워낙 고약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본의 보수 언론과 또 밤낮으로 우리를 헐뜯는 혐한(嫌韓)세력들이 쾌재를 부릅니다. 간만에 한국에 좋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입니다. 문 후보자는 추호도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설령 그렇게 비췄더라도 지금 대놓고 그럴 순 없습니다. 지금 일본을 보면, 어린 시절 이웃 동네에 살면서 생트집에 어깃장에 불씨 던지고 부채질하던 비열한 협잡꾼이 자꾸 연상됩니다. 골 지르기 선수가 따로 없습니다.

불과 몇 달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성적차별이나 여성비하적인 저급한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일본의 일부 언론, 그 것을 넌지시 즐기는 아베정권과 조야인사들, 이제는 정당한 군사훈련까지 간섭하려듭니다. 저들이 이성을 되찾지 않는 한 양국관계 회복은 한참이고 어려울 겁니다. 막장 생트집이 안타깝고 한심스럽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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