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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동 동북아...친구도 적도 없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동북아시아가 격동하고 있다. 냉전시대 종말과 포스트 냉전시대 재편에 따라 한국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각국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 수판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동북아 격동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협력하던 질서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정치·군사력 강화까지 도모하고 나선 중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촉발된 형국이다.

▶美·日 VS 中·러 대립 확인된 샹그릴라 대화=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방치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외교·군사 자원을 집중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통해 기존 헤게모니를 유지하려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중국몽(中國夢)’을 표방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불어난 힘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집단자위권 추진 등 우경화 행보를 강화하는 일본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힘을 앞세운 러시아까지 끼어들면서 동북아 정세는 한층 더 꼬이고 있다.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동북아를 둘러싼 이 같은 대립구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남중국해 진출 등을 고리로 중국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수개월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안정을 위협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해왔다”면서 “미국은 영토분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지만 위협과 강압, 자기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무력시위에 나서는 국가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을 지지하고 중·일간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도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등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왕관중(王冠中)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패권과 선동, 위협으로 가득 찬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왕 부총참모장은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과 별도의 회담을 갖고 군사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있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간 중·러 정상회담과 대규모 해상군사훈련에 이어 중·러 밀월관계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적도 없고 친구도 없다...전통적 구도 흔들=그렇다고 한·미·일을 한 축으로 하고 북·중·러를 또 다른 한축으로 하는 세력균형 구도가 계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과 일본이 지난달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납북 일본인 재조사와 대북 독자제재 완화를 주고받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직전까지만해도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해가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일본 역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을 이유로 대북압박을 이어왔지만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격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북한과 합의를 추구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관계의 다소간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공내전과 한국전쟁 지원 이후 혈맹관계를 유지해 온 북·중관계에서도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북 원유수출을 중단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방한한데 이어 시진핑 주석의 이달 중 방한이 성사된다면 중국 국가주석과 외교부장 모두 취임 후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찾게 되는 데, 이 역시 기존의 북중관계 관점에서 보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미·일 관계도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한일관계는 독도와 일본군위안부 등 역사문제, 그리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등 우경화행보로 인해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한미관계 역시 미국이 자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을 편입시키려는 압박을 강화하면서 불협화음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국방부와 하원 차원에서 연일 MD 압박 카드를 쏟아내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의 반발과 천문학적 비용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 등 도발위협은 동북아 정세의 위기지수를 고조시키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외교전문가는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꼭 100년 전 발발했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과 같은 살얼음판 형국”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각국의 전략과 각국과의 관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고려해 한발한발 신중하게 내딛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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