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대외관계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6일 하루 동안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가 하면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대남·대외메시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북한은 2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발언을 빌미삼아 지난달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난에 나섰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와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내부정비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대외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동시간대 북핵공조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미사일은 북한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8차례에 걸쳐 쏜 단거리 발사체들과 달리 사거리가 1300㎞에 달해 주일미군기지를 비롯한 일본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며 핵탄두 탑재까지 가능하다.

한·미·일 북핵공조 움직임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지적에 대해 ‘방구석에서 횡설수설하던 아낙네의 근성’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하면서 “전조선반도 비핵화는 있을 수 있어도 일방적인 ‘북 비핵화’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행보가 강경 일변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발 이면에는 대화를 향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인(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7~21일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북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25일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최 부국장이 통역사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제3국에서 미국측과 양자접촉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오는 30~31일에는 일본과 정부간 공식협상도 가질 예정이다.

천안함 4주기에 맞춰 공개한 국방위원회 검열단 비망록에서는 5·24 대북조치를 해제해야한다면서 남측이 수용한다면 천안함과 관련된 모든 물증을 내놓고 해명할 의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입장은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돼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에 나서고 싶지만 한국과 미국이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않으니 압박과 무력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