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헤럴드 포럼 - 조양현> 이제 일본이 힘든 싸움을 끝낼 때
제3차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ㆍ일 정상이 얼굴을 마주했지만, 양국관계에는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한ㆍ일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다. 2011년 8월에 위안부 관련 정부의 적극 대응을 주문하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이 문제가 한ㆍ일관계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를 메우지 못한 채, 악화된 국민여론은 한일정보보호협정의 체결 결렬,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측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는 척도로 삼고 있는 고노 담화의 계승 문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문제에 다름 아니다.

재균형 정책으로 불리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ㆍ태 전략은 한ㆍ미ㆍ일 공조를 핵심으로 하고 있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ㆍ일 협력이 불가결하다. 지역안보와 경제문제에서 미ㆍ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안보와 역사 문제의 ‘분리 대응’을 희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스쿠니 참배라는 아베의 ‘자충수(自充手)’는 미ㆍ일관계에 악재로 작용하였다.

아베의 참배 이후 미국의 정부, 의회, 언론을 중심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퇴행적인 행태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강해졌다. 한ㆍ일 간 역사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이 종래의 ‘경제’라는 레버리지 외에 ‘역사’라는 새로운 카드로 일본을 고립시킴으로써 한ㆍ미ㆍ일 공조를 무력화하고, 한국에 대한 중국의 구심력이 강화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오바마 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고, 한국은 일본 정부의 역사 화해 노력에 유화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참배로 보수ㆍ우익에 대한 ‘빚’을 갚은 셈이다. 일본에서는 아베 내각이 대외관계와 경제정책에 배려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한ㆍ일 과거사 화해를 위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외의 압력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퇴로를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아베 총리와 일본의 보수 세력은 위안부와 관련된 ‘좁은 의미의 강제성’ 즉, 강제적인 징집을 보여주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애써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왔다. 그리고 절차적인 형식논리나 부차적인 이슈로 고노 담화의 증거 능력과 공정성에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된 자료, 그리고 2007년에 작성된 미국 연방정부의 내부보고서는 위안부의 본질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저질러진 ‘조직적 성노예 제도’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일본 정부는 힘든 싸움을 끝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과거사 문제 제기에 대해 “지겹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수의 스타’이자 안정된 정권 기반을 가진 아베 총리가 결단을 내린다면 지루한 싸움을 끝낼 수 있다. 아베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이것 외에는 한ㆍ일관계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국익 극대화를 보장해주는 출구 전략은 없다고 봐야 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