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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가족상봉 D-1, 60여년을 기다렸는데 내일은 만나려나…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60여년만에 헤어진 혈육을 만나기 위한 이산가족들의 여정이 시작됐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3명과 동반 가족 61명 등 144명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강원도 속초로 집결했다. 수천만명이 움직이는 설이나 추석 명절보다 규모는 작지만, 떨어져 살아온 세월의 더께만큼이나 상봉을 향한 이들의 발걸음에는 애절함이 뭍어난다.

하루만 지나면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며칠째 밤잠을 설쳤다.

평안남도 대동군이 고향인 김동빈(79) 씨는 두 살 위인 누나 김정희 씨를 만날 예정인데, 오랜 세월 탓에 누나 얼굴도 못알아볼까 걱정이다. 김 씨는 “지금도 얼떨떨하다. 63년만에 누님을 만나는 건데 얼마나 변했겠느냐. 얼굴이나 알아볼까 걱정”이라며 “그래도 만나면 바로 기억나겠지”고 스스로를 달랬다.

1951년 월남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하지 못하고 징집연령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군에 입대해야 했던 그는 세월에 대한 야속함도 털어놓았다. 김 씨는 “그냥 철길 따라 쭉 내려오다가 군으로 끌려가 4년을 군생활을 했다”며, “죽으면 기록도 없이 사라질텐데 가족들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했다. 우리 세대는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평양북도 영변이 고향인 백관수(91) 씨는 상봉신청을 했던 부인과 아들이 이미 숨을 거두는 바람에 손자를 만나게 됐다. 6ㆍ25전쟁 반공포로 출신인 그는 중국을 통해 세 살 때 헤어진 아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몇 차례 노력도 했지만 이번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백 씨는 “죽은 아들을 꼭 만나려고 했는데 죽어버리고 아들 하나 남겨놨더라. 마누라도 올해 85세인데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죽어버렸다”며 “손자는 있는지도 모르고 상봉 대상에 이름도 안올렸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백 씨는 생면부지의 손자지만 혈육을 만나도록 해준 북한에게 고마움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누라랑 아들 이름만 신청했었는데, 죽었으면 그냥 ‘죽었다’고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손자가 살아있다고 답이 돌아왔다”면서 “이북사람들이 그래도 정이 있나보다. 고맙더라”고 덧붙였다.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가족을 만나는 설렘은 나흘 뒤 2차 상봉을 앞둔 이들도 매한가지다.

이번에 북한에서 언니 김분선 씨가 먼저 찾는 바람에 이산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김분일(79) 씨는 언니를 만나 묻고 싶은 얘기가 산더미 같다. 김 씨는 “언니가 어릴 때 실수로 큰 항아리를 깨고는 아버지한테 혼날까봐 무서워 잠깐 집을 나갔는데 그 이후로 사라졌다”며 “가족들이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고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러다 얼마 후 느닷없이 일본에서 편지 한통이 오고 연락이 또 끊겨 일본에서 살다 돌아가신 줄 알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안했다”며 “도대체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일본으로 갔다가 또 북한으로 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궁금증은 이제 나흘 뒤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언니를 비롯한 북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8명은 23일부터 25일까지 우리측 가족 372명과 2차 상봉을 갖는다.

한편 이번에 상봉하는 1, 2차 이산가족들은 상봉 전날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건강검진과 방북 안내를 받고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오전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해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산가족들은 행사 첫날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단체상봉과 만찬, 이튿날 개별상봉, 공동중식, 단체상봉, 그리고 마지막 날 작별상봉 등 6차례에 걸쳐 모두 11시간 동안 짧은 만남을 갖게 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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