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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리던 남북관계 다시 꼬이나
北, 유엔 인권보고서 강력 반발
정부 대북결의안 주도여부 관건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고위급 접촉 이후 잘 풀려나가던 남북관계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COI 북한 인권보고서가 발표된 17일 북한은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인권 보호를 빌미로 한 어떠한 정권교체 시도와 압박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북한에는 보고서가 언급한 인권 침해 사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입장에서 인권을 정치화한 산물”이라면서 “미국의 적대 정책과도 연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즉각 “북한 인권 상황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음달 말 유엔 인권위가 후속 조치를 담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COI의 국내 관련 피해자 진술 확보와 자료 수집 과정에도 적극 협조한 바 있다.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번 보고서가 이른바 ‘최고 존엄’으로 불리는 수령의 책임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COI는 북한 정부 스스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보호책임(R2P)’을 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 임시 재판소를 만들어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가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국가보위부, 국방위원회 등 국가기관뿐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부자 수령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COI의 권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ICC 회부를 위해서는 안보리가 관련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자국의 인권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ICC 회부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권 문제를 ICC로 가져가는 것은 한 국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의사를 피력했다. 사실상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결의안을 주도할 경우 북한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상호 비방 중단’ 합의에 저촉된다”며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전문가는 “정부로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야 할지, 오랜만에 풀려가는 남북관계를 보다 진전시켜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지 깊은 고민에 빠진 셈”이라고 전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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