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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범국 벗고 ‘보통국가’로 복귀…美주도 전후체제 반기 드는 것”
이번엔 독도 ICJ 단독제소…아베 노골적 우경화 속셈은
韓 · 中이어 美도 싸늘한 시선
美, 4월 오바마순방 실무수준으로 낮춰
신사참배 등 우경화 행보에 불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설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드러내 또 한 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일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에 비유해 비난을 사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등 연일 비뚤어진 역사관을 피력한 아베 총리의 노림수는 뭘까.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대우를 받는 일본을 보통국가,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베식 역사관도 이런 셈법에 따라 나온 것이어서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행보는 당분간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日, 이례적 독도문제 ICJ 단독제소 카드 속셈은?=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본회의 답변을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ICJ에 (일본이) 단독 제소하는 것도 포함해 검토, 준비 중”이라면서 “여러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2일 시마네(島根)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정부 대표를 파견하기로 한 데 이어 올 한 해 ‘독도 공습’을 한층 강화할 것임을 선전포고한 셈이다.

아베 총리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경화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보통국가가 되겠다는 구상에 바탕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전쟁 포기와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 등을 강제하고 있는 평화헌법에서 탈피하겠다는 게 1차 목표로 보인다. 항구적 평화를 명시하고 있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에서 벗어나 정상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3일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후 반성과 사죄가 기본 전제였는데, 아베 총리는 이러한 전후 체제에서 탈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야 보통국가, 일본이 주장하는 정상국가가 완성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가 독도 문제를 ICJ에 단속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제는 한국ㆍ중국 등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얘기는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의 집안 내력도 극단적인 우경화 행보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도 불리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는 미일전쟁 개시 칙서에 서명했던 인물로 A급 전범으로 분류됐으며,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군사력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의 원조이기도 하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 역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내 우파의 선봉 역할을 자처했던 인물이다. 아베 총리에게 ‘뼛속까지 우익’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는 배경이다.

▶日에 싸늘한 美ㆍ中=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야심찬 구상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맹인 미국의 시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방문 때 일본이 국빈방문을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방문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 등 우경화 행보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일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을 참배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진 센터장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는 미국 주도의 전후 체제에 반기를 드는 것이고, 한ㆍ미ㆍ일 동맹을 통해 중국과 균형을 맞추려는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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