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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日 고차방정식> 갈등 獨 · 佛, EU모태된 ECSC(1951년 출범 유럽철강석탄공동체) 주도…동북아공동체의 미래
뜨거운 경제 차가운 정치 달군다 <끝>
동북아 전세계 수출 27%차지 거대시장
中 성장기조 선회·日과 자존심싸움 격화
한중교역 제외 3국간 교역 갈수록 내리막

경제·산업협력 통해 실질적 상호의존 확대
정치적 갈등 누그러뜨릴 돌파구로 주목




경제는 뜨겁게 교류하면서도 정치는 싸늘한 정랭경렬(政冷經熱)의 상태라지만 실제로는 한ㆍ중ㆍ일 3국의 정치 갈등 이면에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세 나라 간 복잡다단한 경제관계가 숨어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상품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한ㆍ중ㆍ일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기준 3국의 수출 총액 비중은 약 27%로 2000년 17.6%보다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3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수출 총액도 지난 12년간 4배 정도 증가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ㆍ중ㆍ일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 나라의 경쟁 구도는 심화되며 실제 상호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 비교적 정치적 관계가 좋은 한ㆍ중 간 역내 교역 비중은 18.8%에서 33.2%로 증가하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반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한ㆍ일 간 교역 비중은 같은 기간 31.4%에서 15.9%로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과 일본 교역 역시 54.7% 최고점을 찍은 2003년에 비해 다소 위축됐다.

협력의 질적 구조 역시 악화되고 있다. 단순 기술 중심으로 저임금 전략으로 성장해온 중국이 IT와 철강, 조선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쌓아가며 역내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기술 기반 고급화 전략으로 비교적 적응을 마친 반면 ‘잃어버린 20년’의 경제 침체로 투자 여력을 잃은 일본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경제 경쟁은 중ㆍ일 간 자존심 대결과 삼성, LG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합동 견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동북아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7~8%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이지만 그 과실은 한국과 일본 등 이웃 국가들에 나눠지지 않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자본과 부품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비중이 3.1%에서 2.0%로 감소했다.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 중국 공급→중국 가공→중국의 대미(對美)ㆍ대EU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소 정치적 노림수가 다분한 지역 블록화와 인위적인 엔저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상주의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중국에 맞서는 형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ㆍ중ㆍ일 정치 갈등은 역내 경제구조 불균형 개선과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반 노력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이 같은 설명은 “상호 의존적인 경제관계에 놓인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쟁 등 정치적 갈등을 자제한다”는 ‘상호의존론’에 입각해 있다.


한ㆍ중ㆍ일 3국에 가장 좋은 모범이 되는 예는 유럽연합(EU)의 시초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51년 출범한 유럽철강석탄공동체(ECSC)는 유럽 내 최대 경쟁자이자 갈등의 당사자인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로 세워졌고 훗날 공동의 헌법과 대통령을 두는 EU의 정치통합까지 이어졌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루르와 자르 지역은 질 좋은 석탄과 철강이 나는 곳으로 독ㆍ프 양국은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쟁까지 벌였다. 유럽 연합의 아버지 장 모네는 전후 유럽의 재건을 위해 이곳의 석탄과 철강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공동 생산과 가격 책정, 교역을 관리할 공동기구인 ECSC의 창설을 제안했다.

모네의 제안을 받은 서독의 아데나워 총리와 로베르 쉬망 프랑스 외교장관은 수많은 민족주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반대자들을 설득했다.

현재 2009년 3국 정상이 합의한 이후 세 차례의 협상이 진행된 이후 정체돼 있는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동북아 갈등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경제 연구원은 최근 ‘한ㆍ중ㆍ일 관계 개선, 산업협력부터가 시작이다’라는 보고서에서 “3국 간 협력의 불균형을 막기 위해 중국의 수요에 맞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방법이 필요하다”며 “한ㆍ중ㆍ일 FTA와 같이 세 나라가 모두 포함된 역내 경제 협정으로 중국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하는 가능성을 확대하고 기술 및 인적교류를 촉진하고 직접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ㆍ인프라 등 협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조정을 통해 경제 협력 관계에서의 불일치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 각국 지도자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흐트러뜨릴 언행을 삼가고 협력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현재 중ㆍ일이 각기 추진하고 있는 거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TPP와 한ㆍ중ㆍ일 FTA와의 관계 설정과 전략적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시도는 결실을 맺기 어려울 전망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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