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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통신사의 선린우호정신…양국 200년 평화공존 기틀…외교통로 꽉 막힌 한일관계…그 정신 다시 일깨워야 할때
9회째 맞은‘ …다문화공생ㆍ국제교류 퍼레이드’오가와 미쓰루 사무국장
2013년 11월 10일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에(川越)시에선 20개 단체 400여명이 당인(唐人ㆍ외국인을 이르는 말로, ‘조선통신사’를 지칭) 춤을 추며 한ㆍ일 평화와 우호를 다짐했다. 오가와 미쓰루(小川滿·사진) 씨가 2005년 11월 처음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해 만든 ‘도진조로이 다문화공생ㆍ국제교류 퍼레이드’가 9회째를 맞은 것.

오가와 씨는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로서, 서로 싫다고 이사를 할 수도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교제해야 한다”며 “ ‘싸움은 증오를 낳고 교류는 풍요로움을 낳는다’는 정신으로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자”고 제안했다. 도진조로이 행사가 걸어온 길은 한ㆍ일 관계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빼닮았다. 첫해부터 재일민단과 조총련이 함께 든 한반도기에 독도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우익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 일본 내 좌파가 한국과 내통해 만든 행사라는 모함도 있었다.

2012년부터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점으로 한ㆍ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겪고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과거사 부정 발언과 ‘재일 특권을 반대하는 모임’의 혐한시위(헤이트 스피치)도 격화되고 있어 행사를 계속 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한 번의 행사만으로는 한ㆍ일 우호 협력이라는 큰 뜻을 이룰 수 없다”는 후원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행사를 이어왔다.

시민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신뢰는 양국 외교관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지막 끈을 이어주는 힘이다. 오가와 씨는 그 힘을 조선통신사의 선린우호 정신에서 찾았다.

‘신의를 나누는 사절’이라는 의미의 조선통신사는 신뢰 구축과 경제ㆍ문화 교류를 통해 차가운 정치 현실을 뚫어보자는 조선판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1636년부터 1811년까지 9회의 통신사는 형식적으로는 에도 막부의 새 쇼군이 취임 축하를 임무로 파견됐지만 실제로는 경제ㆍ사회ㆍ문화 전 방위에서 두 나라를 잇는 공공외교사절 역할을 했다. 통신사가 가져간 서적ㆍ그림ㆍ문방구 등은 일본의 문인과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들을 통해 조선으로 건너간 감자와 고구마는 보릿고개에 주린 배를 채우는 구황작물이 됐다. 이 같은 교류 덕분에 동북아는 이후 200여년간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다.

한때 고등학교 일본사 교사이기도 했던 그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협력이 새로운 ‘조선통신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과서 문제에서 보듯이 아베 정부가 역사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고, 학교 현장은 이런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지만 역사 교육은 학교 교육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는 “갑오농민전쟁이나 식민지 시기 한국인들의 투쟁 역사를 알고 나면 한국에 대한 혐오 발언은 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공동 역사 교과서가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정치권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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