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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여성들의 개명…“그 사유가 더 재밌어"
[헤럴드생생뉴스] 북한에서 여성들의 개명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13일 북한소식 전문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폐쇄사회 북한에서 여성들이 개명을 하는 사례가 있는데 사연도 가지가지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탈북한 무산 출신 김수희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개명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수희 씨는 자신의 개명 전 이름이 ‘김선녀’라고 소개했다. “선녀라는 이름이 북한에는 매우 흔하다. 흔하다는 이유로 개명을 신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한에서는 이름이 흔하다는 이유로 개명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흔하다는 이유로 개명을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인데 본인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아직까지 북한 사회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선녀라는 이름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개명을 신청할 생각은 없었다. 개명을 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남동생을 위해서였다”라고 소개했다. 어떤 사연일까.

첫째 딸이었던 선녀 씨는 줄줄이 여동생만 세 명이 있었다고 했다.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내리 낳게 되자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긴 조부모님이 “첫째 딸 이름이 선녀라서 줄줄이 딸만 낳는 것 아니냐. 선녀 이름을 바꾸라”고 조언했다는 것. 선녀 씨가 수희 씨로 바뀌게 된 사연이다.

김수희 씨는 “북한 전설에서 금강산 선녀는 8명이다. 할머니께서는 아들손자를 보지 못하는 이유가 선녀라는 이름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이름을 바꿨고 이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현재 우리 6남매 중 맨 마지막 동생은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할머니는 아들을 낳은 것이 선녀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뿌듯해하시면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름을 바꾼 덕에 아들 손자를 봤다’고 자랑을 하셨다”고 말했다. 

▲사진=북한 김정숙 동상[뉴포커스DB]

2012년 탈북한 신의주 출신 배명옥 씨도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개명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름이 ‘영금’이었는데 ‘영미’로 바꿨다고 했다. 영금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는 이유이다.

배명옥 씨는 “영금이는 분주소에서 1차 신청을 하고 시 보안서 주민등록과의 승인을 받아 영미로 이름을 고쳤는데, 사람들이 손가락질했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마음대로 바꾼다고 불효자식이라고 말이다. 심지어는 변덕이 심하고 지긋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있을 당시 사실 나도 영미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고지식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남한에 와서 보니 자식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부모들도 크게 간섭을 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놀랍다. 북한에서는 이름을 바꾸면 변덕이 심하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개명이 가능하지만, 남한 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개명을 했다가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는 것.

그러면서 북한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개명 사연을 전했다. 배명옥 씨의 또 다른 친구도 개명을 했는데, 이름이 ‘김정숙’이기 때문에 개명을 해야 했다는 것. 증언에 따르면 1980년대에 북한에서 김정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명에 대한 국가적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북한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항일영웅 김정숙의 이름을 일반 주민과 공유한다는 것은 북한정권 입장에서는 흠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지시가 내려오고 나서 친구 김정숙은 김정화로 이름을 개명했다”고 했다. 북한정권의 위대성을 위해 개인의 이름을 개명한 사연이다.

배명옥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김정숙이라는 이름을 바꾸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남한에서는 대통령의 이름과 같다고 해서 이름을 바꾸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다. 개인의 이름을 짓는 것까지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는 북한 사회”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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