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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망한 美 달래기 바쁜 아베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미국으로부터 맞은역풍에 전전 긍긍하고 있다. 자칫 공들여 쌓은 미일동맹의 위상이 주춧돌부터 흔들릴까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각) 아베총리의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disappointed)”는 성명을 내놨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의 재군비 정책에 환호와 찬사 일색이던 미국이 노골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는 처음이다.

일본에 한없이 우호적이던 미국이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가져오늰 전략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급격한 군비 증강으로 지역정세를 흔드는 중국만큼 역사 반성 없는 일본의 재무장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동아시아 국가 사이에 퍼지고 있다. 29일 발표된 싱가포르 외무부의 유감 성명에서 보듯 미국, 일본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던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불안감을 안겼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아베 총리는 자신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초대국장 내정자를 내년 1월 초 미국에 파견키로 했다. 겉으로는 취임 인사 차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예방하는 것이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의 배경과 진의를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일종의 ‘소방수’인 셈이다.

그는 미국의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향에서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문제 등을 검토 중인 아베 정권의 `안전보장 법제 간담회‘가 때마침 “미국, 호주 등과 함께 해상 교통로 감시 활동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1월 초 초당파 미·일 국회의원연맹 일본측 의원들도 미국을 방문하는 기회에 사태 진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지사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쐐기돌(key stoen)’로 불리는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기지 현내(縣內) 이전을 위해 북부 헤노코(邊野古) 지역 매립을 결정한 것도 미국의 전략적 손실을 만회시켜 달래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실제로 매립 결정에 대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미일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단 반겼다.

매립이 발표된 것은 아베 총리의 참배 직후여서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일미군의 주요 수송ㆍ군수 거점인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을 막기 위해 자민당은 최근 오키나와 자민당 지부를 현내 이전 지지파로 채워 나카이마 지사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한번 틀어진 미일 관계가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지는 의문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내년 4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일본이 포함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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