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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美는 경호 용이한 ‘그랜드하얏트’…日은 세일즈외교 · 동선 고려 ‘롯데’
국빈들 한국 오면 꼭 여기에…국가별 VVIP들이 찾는 특급호텔은
호텔 선정 기준 ‘경호·보안’ 최우선
최근 세일즈외교·동선도 중요시
G20땐 코엑스 근처 강남 일대 호텔 선호
청와대 가까운 소공동 롯데호텔도 인기

일부선 영빈관 추가 건립 목소리도
정부관계자 “공론화는 아직 부담”




세계 각국의 국가원수급 정상과 총리 그리고 국제기구의 수장이 한국을 찾을 때 묵는 숙소로 선택하는 특급호텔은 또 하나의 외교전선이다. 이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은 VVIP 숙소로 이용할 특급호텔을 선정할 때 경호와 보안, 의전, 동선뿐만 아니라 세일즈외교까지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물론 세계 각지의 VVIP를 모시게 된 호텔 측과 정부도 이들에 대한 배려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다.

▶美 그랜드하얏트, 中 신라호텔 ‘단골’=흥미로운 것은 나라별로 선호하는 호텔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이 방한할 때마다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만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이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선호하는 것은 남산으로 둘러싸여 경호와 보안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부 의전담당 관계자는 “미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경호와 테러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쓴다”며 “그랜드하얏트는 주변에 호텔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이 점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용산 주한미군 기지가 가까운 것도 미국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부시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방한 때도 이 호텔을 이용했다.

미국이 그랜드하얏트호텔의 단골이라면 중국은 신라호텔의 단골이라 할만하다.

중국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역대 정상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짐을 풀었다. 신라호텔 역시 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경호와 보안이 용이한 편이다. 호텔업계와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동양적인 정취를 풍기는 신라호텔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중국이 관행적으로 신라호텔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한때는 일부러 멀리한 적도 있었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여느 때처럼 신라호텔에 머물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후 주석과 중국 대표부가 묶고 있던 층실에 6분간 전기공급이 끊기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였다. 신라호텔은 이 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대사관을 비롯한 중국 관계자를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주요 2개국(G2) 국가답게 정상이 투숙할 때는 수백개의 객실을 예약하는 등 특급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리다시피하는 배포 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왼쪽부터)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라호텔, 리츠칼튼호텔, 롯데호텔

▶동선과 세일즈외교도 호텔 선택의 주요 요인=경호·보안과 함께 세계 각국의 VVIP가 묵는 호텔을 선정하는 기준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세일즈외교’와 동선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공동 롯데호텔을 애용하는 일본이다. 롯데호텔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쇼핑이 용이하고 일본어 통역 등 일본에 특화된 서비스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반영됐다. 또 일본에서 진출한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각국의 정상이 해외순방에 나설 때면 앞다퉈 세일즈외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숙소 선정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위한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G20 정상회의 때 독일 출신의 프란츠 리히터 총지배인인 있는 리츠칼튼호텔을 선택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모든 VVIP가 호텔을 선정할 때마다 경호와 보안, 세일즈외교 등을 따져서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정상외교도 실용적으로 진행되는 추세에 따라 철저히 동선만을 고려해 호텔을 고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G20과 핵안보정상회의 때는 행사장인 코엑스와 가까운 강남 일대의 호텔이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얼마 전 당일치기로 한국을 다녀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최근 국빈방한한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도 청와대와의 근접성 등 동선을 고려해 소공동 롯데호텔을 이용했다.

정부 의전담당 관계자는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은 다른 특급호텔에 비해 외국 정상의 경호와 이동에 유리한 편”이라며 “최근에는 신라호텔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바람에 롯데호텔로 몰리는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국가 위상에 어울리는 영빈관 필요하지만=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영빈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자체적으로 자국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 있는 영빈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청와대 내 영빈관이 있기는 하지만 접견과 회의, 만찬장으로만 이용 가능할 뿐 숙소는 구비돼 있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78년 만들어진 건물로 한국의 변모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정식으로 ‘영빈관’이라고 쓰인 현판도 걸려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때는 충북 청원의 청남대를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이 직접 둘러보기도 했지만 서울과 거리가 멀고 국민에게 개방된 시설을 다시 영빈관으로 되돌리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백지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나 국빈 초청 시 특급호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영빈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면서도 “다만 경제적 상황이나 국민정서를 고려하면 공론화하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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