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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좀 뽑혔으면…’애타는 이산가족들
[헤럴드생생뉴스]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추첨이 진행절차에 들어가면서 연일 대한적십자사(한적) 이산가족민원실은 자신의 선정 여부를 묻는 이산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적은 다음 달 말 금강산에서 열릴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지난 24일 컴퓨터 추첨을 통해 500명의 1차 상봉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날 오전 김두경(84) 할아버지는 전날 1차 후보자로 선정됐다는 한적의 통보를받고 직접 확인하려고 이산가족 민원실을 찾았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으로 3형제 중 막내였던 김 할아버지는 1ㆍ4 후퇴 때 큰조카와 작은 형의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했으며 고향에 남아있는 큰 형의 가족을 만날계획이다.

그는 “1차 후보자에 선정돼 매우 기쁘다”면서도 “지금쯤 부모님은 물론이고 나보다 20세 손위의 큰 형님도 돌아가셨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마음이 착잡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내가 고향을 떠날 때 둘째 조카가 13세가량 됐는데 그 조카가 나를 잘 알아볼 것”이라며 “현재 건강도 좋고 어디든 갈 수 있다”라고 상봉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1차 후보자로 선정된 강완구(81ㆍ서울 노원구) 할아버지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 할아버지는 경기도 연천군 출신으로 1950년 2년 손위의 형이 인민군에 징집되면서 헤어졌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형제여서 오랫동안 그리웠는데 이번에 일단 후보자로 선정돼 기쁘다”라며 “형을 만나게 되면 애들은 몇인지, 그동안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던 것을 다 물어보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한적 민원실을 찾은 이산가족 대부분은 1차 후보자로 선정되지 못한 경우였다.

한적 관계자는 “대체로 후보자로 선정되신 분들은 우리가 연락을 다 드리기 때문에 잘 안 오시고 후보자로 선정되지 못한 분들이 확인하러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황해도 신천군 출신의 최봉현(90) 할아버지는 이날 후보자 선정 여부를 확인하려고 민원실을 찾았으나 자신이 후보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을 알고 울분을 터뜨렸다.

1947년 인민군 강제징집을 거부하고 월남한 최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날 때 당시 2살이었던 딸을 만나려고 상봉 신청을 했다”라며 “나는 월남하자마자 국군에 입대해 1960년대까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바쳤는데 왜 가족도 만날 수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는 고령이고 직계가족을 만나려 하는데도 탈락했는데 70대나 80대가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정부는) 고령자 순으로 후보자를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70∼80대 이산가족 중에서도 1차 후보자로 선정될 수가 있다”라며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인선위원회에서 고령자 우선순위 원칙을 정했기때문에 상대적으로 90대 이상 어르신들이 70∼80대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이 후보자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민원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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