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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통치 스타일...형식은 신화(할아버지), 내용은 선전성(아버지)
김정은 북한 제1비서의 통치 스타일이 ‘일성-정일’ 부자(父子)의 사이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형식면에선 북한주민들에게 신화로 통하는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를 배끼려 애쓰는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오히려 차별화를 걷고자 하는 아버지(김정은 영원한 총비서)를 닮았다. 30대 불안한 북한 최고 권력의 고민이 담겨 있는 셈이다.

김 제1비서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선 이후 내보인 행보는 아버지와는 사뭇 다르다. 운둔자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30대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함(?)과 과감함이 엿보이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대중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스킨십 행보로 인민들에게 젊은 지도자상을 불러 일으켜 애쓰고 있다.

김 제1비서는 지난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20분 26초 동안 대중연설을 하는 과감한 행보를 펼쳤다. 아버지가 지난 1992년 인민군 창군 열병식에서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며 단 6초동안 연설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병들을 껴안거나 자연스레 어울려 사진을 찍고 여성들과는 팔짱을 끼는 등 격의 없는 모습도 김 영원한 총비서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여기에다 “적들이 조국의 바다에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원수의 머리 위에 강력한 보복 타격을 안기라”는 등 김 제1비서의 섬뜩한 표현들이 북한 매체들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는 것도 다른꼴이다.

이같은 모습은 오히려 아버지 보다는 할아버지를 빼닮았다. 특히 지난 15일 열병식에서 보여준 김 제1비서의 행동(손짓 등)이나 열병식 내용 자체는 할아버지 시대의 것을 그대로 차용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신화로 추앙받고 있는 할아버지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존경심’(?)을 끌어 내기위한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내용면에선 여전히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로켓 발사→핵실험’으로 이어지는 벼랑끝 전술과 군부대 시찰에 주력하는 등 선전성에 치중하는 모습은 아버지를 연상케 했다. 군에 우선권을 내준 경제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론 북한의 현(現) 체제에선 용납할 수 없는 자본주의 방식 도입까지 암시하는 파격도 비슷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김정은 제1비서의 리더십이 김정일 영원한 총비서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형식면에서 김일성 주석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30대 젊은 지도자의 불안함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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