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어선을 이용 연평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북한 주민 31명에 대해 “이들은 가족이 아닌 한 작업반 소속으로 비자발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건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이들이 계획된 집단 망명이 아닌, 조류에 의해 우발적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어민들이 조류에 떠내려온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에도 지난해 12월 3일과 25일 백령도 북방 해상에서 무동력 소형선박을 타고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선원 3명과 1명을 조사 후, 올해 초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낸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
북한 주민 31명이 지난 5일 오전 어선을 타고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관계기관들이 합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월남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하지만 이들 31명의 월남이 우리나라로 망명을 염두해 둔 계획된 사건이라면 그 영향력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 중 일부라도 한국에 남길 원하고, 우리 정부 역시 이를 받아드린다면 북한에게 또 다른 핑계꺼리를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주민의 월남때마다 우리 정부의 나포 또는 자작극이라 우기며 이들의 전원 송환을 요구하면서 대남 비난 공세를 높힌 전례가 있다. 이 경우 오는 8일 예정된 남북 군사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도 이전 상태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연평도에서 바라본 NLL 부근 해역과 지난 1987년 귀순한 김만철씨 막내딸의 1989년 학교 졸업식 모습. |
그러나 최근 북한의 심상치 않은 대화 공세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극단적인 파국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가동으로 강화된 대북 경제 제재 조치 결과, 경제난이 그 어느때 보다도 심각한 북한이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을 일방적으로 파행으로 몰고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 대북 문제 전문가는 “이들의 월남이 자발적인 것일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우리 정부나, 3대 세습과 경제 고립 국면 탈출이 절실한 북한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남북 관계와 이들의 월남을 직접 연계하기에는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만큼, 하나의 우발적인 별개 사안으로 대화 국면 전환과 선을 그으며 풀어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