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푸틴과의 예고없던 만남도
북한이 5일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핵무력 강화 노선 정당성을 강변한 직후 여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1일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이후 닷새 만이다.
특히 북한의 SRBM 도발이 김 부부장의 한미일 군사훈련 확대를 비난하며 핵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을 주장한 담화 발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SRBM 발사 직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3일 실시된 한미일 공중훈련을 겨냥해 “우리의 최신형 전략무기시험에 대한 그 무슨 ‘대응’, ‘경고’라는 명목하에 미 전략폭격기 B-1B를 위시한 다종의 3국 전투기들이 투입된 훈련에서는 상대측의 핵심대상을 가상한 표적을 ‘신속정확하게 타격하는 방식’을 연마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들의 가장 적대적이며 위험한 침략적 본태에 대한 또 한 차례의 명백한 행동적 설명”이라면서 “동시에 우리가 선택 실행하는 핵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 절박성을 입증해주는 또 하나의 완벽한 증명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일의 다영역 3자훈련인 ‘프리덤 에지’와 한미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 ‘아이언 메이스’, 그리고 핵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일일이 열거하며 핵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한미일을 ‘미일한’ 순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한미일 훈련을 빌미로 자위권 차원의 핵억제력 강화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드러낸 뒤 SRBM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고에 없던 만남을 가지며 미 대선 직전 북러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을 크렘린궁에서 맞이했다며 1분 간 손을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최 외무상 방러 기간 푸틴 대통령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공휴일인 ‘국민화합의 날’이뤄진 ‘깜짝 만남’은 북한군의 파병을 고려한 푸틴 대통령의 특별 예우라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찾은 다른 국가의 외교장관을 만나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다.
최 외무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일이 잘되기를 빈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선 북한군의 파병 문제와 함께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러는 미국의 대선과 정부 교체기를 맞아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등 정세 악화 책임을 미국과 동맹에 전가하고 각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북한의 미 침략정책 억제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