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 공약’ 앞세우며 反中 압박 강화
日, 미일 동맹 강화로 영향력 확대 의도
韓 “한반도 비핵화ㆍ평화 정착 협력” 당부
中은 “안보 조약은 냉전 산물” 바이든 비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일본 정상과 연이어 통화에 나서며 당선 후 첫 외교 메시지를 내보이자 동북아시아 외교를 놓고 한미일 3국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당장 바이든 당선인이 한일 모두에게 방위 공약 이행을 강조하며 ‘반(反)중국 연대 강화’ 메시지를 내자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 한국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강조하고 나섰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일 정상과의 통화에서 먼저 강조한 것은 ‘방위공약 이행’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번영의 ‘린치핀(핵심축·linchpin)’으로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린치핀이란 표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처음 사용한 용어로, 빼면 전체가 무너지는 동맹의 핵심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본에 대해서도 방위공약 이행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다툼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가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방위조약’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국전쟁 직후 북한과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체결된 것으로, 그간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이 지금 방위공약을 언급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를 직접 언급하며 대(對)중국 군사 동맹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첫 메시지에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함께 가고 싶다고 강조했는데, 이미 ‘쿼드(Quad)’에 참여하는 등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메시지를 받아든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반중 연대 참여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사의를 표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북미 간 대화 재개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사자인 중국은 바이든 당선인의 ‘방위공약’ 발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안보 조약은 냉전의 산물”이라며 “지역 평화와 안정에 해를 끼쳐선 안 된다”고 했다. 센카쿠열도를 언급하며 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 내용을 비판했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동북아시아에서 안보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에 대한 중국 측은 공개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