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한미동맹·기후협력 ‘강조’
“바이든, 국가지도자상 부각하며
한미동맹 강조 우회적인 메시지”
靑 서훈 실장 주재 NSC 상임위
美대선 이후 동향·한미동맹 점검
한국과 미국이 조 바이든 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분 좋은 첫발을 내딛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오전 첫 전화통화를 가졌고, 바이든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자리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다시 한번 대선 승리 축하의 뜻을 전했고,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재향군인의 날 계기 국가지도자로서 행보라고 볼 수 있지만, 6·25전쟁 기간 전사하거나 실종된 참전용사 622명을 기리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게양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과 통화를 앞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사실상 첫 공식 외부활동 장소로 한국과 관련된 장소를 선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역시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것과도 비교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의 한국전 참전기념비 방문은 내부적으로 국가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한 국내정치적 함의가 크지만 간접적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나가는 권력이 통상적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는데 새로 올 권력이 한국과 관련된 장소를 찾았다는 것은 한국에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립주의 외교를 비판하면서 동맹을 핵심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였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당선이 확정된 이후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선 “미국이 돌아왔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현재 한미가 평행을 달리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나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싼 잡음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퇴장으로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있어서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이 핵동결이나 비확산과 관련해 확신을 준다면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완전한 비핵화 이후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한국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문제 정책 우선순위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걱정이 있지만 긍정적 여지가 있다”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수립되기까지 6~7개월이 우리에게 전략적 환경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미국 방문중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우리 정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 온 경험이 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 한미 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 통화에 앞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고 미 대선 관련 동향과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