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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의 얼굴’ 트럼프 원맨쇼]금기어도 거침없이 깬 독설가 트럼프…한반도 흔드는 ‘입’
나토 정상회의 윽박지르기식 ‘좌충우돌 행보’
한국 향해서는 방위비 압박…파상공세 나서
北美, 强대强 ‘말 폭탄’…싱가포르 이전 회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독설을 날리고 있다. 영국 방문 직전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러 간다고 공공연히 밝혔고, 개별 정상들과의 회담에선 힘으로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 측에 대해선 그동안 금기시되던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거론하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북한에 대해선 무력사용을 할 수 있다며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세계를 향한 파상공세 발언은 미 대선을 앞둔 ‘성과 보여주기’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지만, 그의 거침없는 입으로 인해 전세계는 물론 한반도를 아연실색케 만들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무력사용까지 거론 고강도 ‘대북 경고’=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회동 자리에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갖고는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을 갖고 있다면서 원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북한문제와 관련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록 사용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을 상대로 무력사용 카드를 빼든 것은 작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제시한 연말시한을 앞두고 대미압박과 한반도 긴장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발사체 발사를 거론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 역시 2년여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 때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조롱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시점도 미묘하다. 김 위원장이 정치외교적으로 ‘중대 결단’을 내리기 전에 찾던 백두산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연말시한부를 재차 환기시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며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지 불과 몇 시간만이었다. 북미대화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아슬아슬한 강대 강 ‘말 폭탄’ 주고받기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무력사용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걸고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는 점도 거듭 강조하며 대화에 방점을 두기는 했다.

▶트럼프, 금기단어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트럼프 대통령은 치열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진행중인 우리 측을 향해서도 고강도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무력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전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 안보이익에 부합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건 토론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감축 여지를 남겼다. 또 한국이 ‘부자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면서 한국이 분담금을 증액하는게 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위한 4차 회의가 열리고 있는 시각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협상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근간이자 상징처럼 여겨지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협상 지렛대로 삼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 의회 차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의 증액 주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연간 분담금으로 대략 50억달러(약 6조원), 즉 현재보다 5배 넘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여러 보도에 우려한다”고 했다.

워싱턴 현지에서 진행중인 한미 간 회의에서도 주한미군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SMA 4차 회의 참석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장에서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안 나왔다”며 “주한미군 문제도 전혀 언급된 적 없다”고 답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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