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이후 공군·육군·해군 순차 지도 눈길
인민 안보 불안 불식·대미 압박 메시지 성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비핵화협상 재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잠수함 시찰에 나서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봤다”며 “잠수함을 돌아보며 함의 작전전술적 제원과 무기전투체계들을 구체적로 요해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잠수함이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를 관철할 수 있게 설계되고 건조됐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시한 뒤 “동서가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의 작전능력은 국가방위력의 중요한 구성부문으로 된다”며 “잠수함을 비롯한 해군 무장장비 개발에 큰 힘을 넣어 국가방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잠수함의 구체적인 제원이나 김 위원장이 방문한 지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 매체들이 전날 김 위원장이 21일 함경남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했다고 보도했다는 점에서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를 찾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월 상업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을 건조중이라는 관측을 제기한 바 있다. 신포급 잠수함은 ‘고래급’으로도 불리며 SLBM 1기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이 발사구를 개조해 여러 발의 SLBM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중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군수공장 시찰을 제외할 경우 김 위원장의 본격적인 군 관련 행보는 지난 5월9일 조선인민군 전연 및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 지도 이후 70여일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미 비핵화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미 압박의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뒤 공군부대를 찾아 비행훈련을 지도한데 이어 육군 동부전선과 서부전선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고 다시 해군 잠수한 건조 현장을 찾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내 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공군과 육군에 이어 해군을 찾았는데 내부적으로 군 사기 진작과 비핵화에 따른 인민들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안심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외부적으로는 우리가 할 일을 한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잠수함은 SLBM 탑재용 잠수함으로 보이는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로키로 나섰다”며 “외부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