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압박 메시지ㆍ재선염두 외교성과 과시 차원 -北 비공개 핵시설 우라늄 농축 강선발전소 등 거론

트럼프 석달만에 北핵시설 5곳 언급, 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후일담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 5곳을 특정해 언급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결렬 직후 김 위원장에게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북한의 핵시설 5곳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떠날 때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1∼2곳을 없애길 원했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난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고 했다”면서 “그건 좋지 않다. 합의를 하려면 진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결렬 이후 석달여만에 회담 무산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당면 외교현안으로 떠오른 이란 핵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불쑥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이야기를 꺼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짜뉴스가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준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전형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했다”며 대이란 강경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능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두 차례 무력시위에 이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 가능성까지 내비친 북한을 향해 압박메시지를 보낸 셈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이 장기 교착국면에 접어든 데다 이란 핵문제, 중국과의 무역마찰, 베네수엘라 사태 등 잇단 외교적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선가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어떤 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없애겠다고 언급한 1~2곳은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나머지 3곳은 우라늄 농축시설이 위치한 강선발전소 등이 거론된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곳은 북한 내 핵생산 단지에 대한 추정치로 보인다면서 추가적인 비밀 핵시설이 강선발전소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