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美 감시능력 부각하며 대북압박 -北 경제ㆍ교육 초점 속 ‘플랜B’ 모색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과 미국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포스트 하노이’ 기선잡기 물밑다툼을 벌이고 있다.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지만 예사롭지 않은 수준의 견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반도정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내지 인공위성용 장거리로켓 발사 움직임을 감추지 않고, 미국은 하노이에서 높인 북한 비핵화 문턱을 고수하며 대북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볼턴, 동창리 신중론ㆍ北 경거망동 경고=미국은 일단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발사장과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 등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언론인터뷰를 통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동향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논란이 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등의 움직임을 포착한 상업위성사진 이상의 미 전략자산을 활용한 북한 동향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대북 경고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동창리발 논란의 불필요한 확산은 바라지 않지만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와 다름이 아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하노이에서 전달한 ‘빅딜 문서’에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의에는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폐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포함돼 있다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재촉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해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제재완화를 위해 일부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제재완화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 술책에 넘어가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 행정부의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계ㆍ동시적 비핵화 해법은 북한의 협상 원칙이라는 점에서 향후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북한고위층, 경제ㆍ과학 일선현장 투표=북한은 일단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이 예의주시하는 동창리와 산음동에서 의도된 이상징후를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길‘과 ‘플랜B’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끝난 이후에도 현재 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은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다”고 밝힌 게 일례다. 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 북한 첨단 기술인력의 산실인 김책공대를 찾아 투표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ㆍ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등 고위간부들이 경제ㆍ과학ㆍ교육 일선현장에서 투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동시에 탄도미사일 카드도 다시 꺼내들 태세다. 이와 관련, 미 공영라디오 NPR과 CNN방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 산음동 단지 일대에서 활발한 활동이 포착됐다며 북한의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 준비 징후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장 부담이 큰 탄도미사일보다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내세운 인공위성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위성발사는 탄도미사일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
북미가 하노이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적잖은 간극을 확인한 상황에서 양측의 기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