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이행은 북핵문제가 걸림돌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북한 병사 귀순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서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반세기를 훌쩍 넘긴 정전협정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1953년 7월27일 6ㆍ25전쟁의 포성 중단과 함께 시작된 정전협정은 나름 한반도 분단체제 관리의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6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형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전협정 관련 기자회견 [사진=국가기록원] |
특히 북한군이 이번 북한 병사 귀순 과정에서 두 차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앞서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하려는 북한 병사를 뒤쫓는 과정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총격을 가했고, 심지어 일부 추격조는 MDL을 넘어서는 등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엔사 조사와 발표에 따르면 북한군은 정전협정의 제1조 제6항과 제7항을 위반했다.
정전협정문 제1조 제6항에선 ‘쌍방은 모두 비무장지대 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또는 비무장지대로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강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7항에선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 병사를 쫓아오면서 40여발의 총격을 가해 결과적으로 MDL 이남으로 날아온 것은 제1조 제6항, 그리고 추격조 중 1명이다시 북측으로 되돌아가기는 했으나 일시적으로라도 MDL을 넘은 것은 제7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유엔사와 우리군의 대응사격 여부와 별개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사실은 명백하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27일 “MDL을 넘어 총알이 넘어오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다만 북한군 총격에 대한 대응사격은 자위권과 교전수칙 등을 고려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에서 북한군 귀순 당시 추격조 북한군 중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고 있다.[사진=유엔사 CCTV 캡처] |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정전협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단 6ㆍ25전쟁을 매듭짓기 위해 국제연합군과 북한, 중국 등이 체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평화협정이란 문맥 그대로 ‘전쟁을 잠시 중단하는’ 정전협정을 극복하고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한 뒤 항구적 평화체제를 추구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둘러싼 논의는 관련국들 간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역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핵문제와 결부되면서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과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신 교수는 “정전협정은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단한다는 의미인 반면, 평화협정은 당사자 간 동시적으로 전쟁상태를 종료하는 데 합의하는 것”이라며 “평화협정 체결 과정은 경계선 재확정 등의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협정은 군 수뇌부 위주로 체결돼 마크 클라크 미 육군대장과 김일성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팽덕회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 등이 서명했다”며 “평화협정은 군 당국이 아닌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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