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입지ㆍ역내 주도권 쥐기 위해 ‘한반도 위기설’ 이용
-中, 역내 주도권ㆍ미중 무역관계 우려…대북제재 검토
-러시아, 美 ‘아사드=김정은’ 공식에 우려표명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반도를 놓고 동북아 주요 4강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두고 주요 4강들은 자국 이해관계를 위해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거나 분단 당사국인 한국 설득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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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대응’ 카드로 北ㆍ中 압박…시리아 정부군 공습으로 긴장 고조= 가장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방영되는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에서 최강의 군대를 갖췄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이 서태평양에 전개됐음을 강조하며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강한, 매우 강력한 잠수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에서 북핵 비핵화에 “중국이 도와주면 좋겠지만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무역문제를 북한문제와 연계해 다룰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로 작용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찬을 하고 있을 때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한 지 나흘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논의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무력충돌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를 먼저 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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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전략 노리는 日…‘한반도 위기설’이용= 트럼프의 ‘강경책’에 일본은 편승효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 내 감도는 긴장감을 집중보도하며 자위대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2일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 칼빈슨 항모전단과 공동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官義偉) 일본 내각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최대 책무다”며 “북한문제에 대해 미국, 한국과 연대하면서 대처하겠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반도에 체류하는 일본인의 보호와 대피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를 상정해 평시부터 필요한 준비와 검토를 행하겠다”며 “어떠한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전날 자체 운영하는 ‘해외안전 폼페이지’에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 국민에게 한반도 정세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게시했다.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명목으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향하는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아키에(昭恵) 여사를 둘러싼 ‘국유지 헐값 매입’ 파문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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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나섰던 中, 美압박에 한국 설득나서= 중국은 자국 전력 및 동북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 사드(THAAD)에 대한 반대의사를 지속적으로 표현해왔다. 중국은 사드 부지교환계약이 체결한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롯데마트 매장들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등 비관세 장벽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문제와 무역문제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국은 한국 포섭하기에 나섰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를 만나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사드보복이 “중국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이라며 “한국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금한령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책임지고 말하는데 중국 정부는 금한령 같은 것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일단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약속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면서 “양국 정상이 밀접하게 소통하는 게 좋지 않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루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입장을 표명했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 한반도 평화ㆍ안정 유지, 대화ㆍ협상을 통한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유지하자는 것을 미국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김정은=아사드’ 접근에 고민하는 러시아= 미국과 시리아 문제로 다투고 있는 러시아는 트럼프의 강경행보를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공식 발표문을 통해 “미국의 외교 정책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된다”며 “리비아와 예멘, 시리아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행보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워싱턴이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고, 실제로 북한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북한과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하는 등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는최근 북한 노동자 수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트럼프가 미러가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폭격하자 항의의 표시로 양국 국방부 핫라인을 차단했다. 러시아 외교부의 우려표명은 미국이 시리아와 북한문제를 연계해 군사대응을 무기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러시아 외교부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행돼야 하며, 대북 정책이 이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에 러시아는 폭격기와 초계기 6대를 전날 동해와 태평양에 투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상회담을 앞둔 러시아의 신경전 혹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