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 복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색하지 않은 “김 병장님 식사 맛있게 하시지 말입니다”가 사라질 수 있을까.
국방부는 최근 병영언어 문화 개선 차원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압존법과 ‘다ㆍ나ㆍ까’로 끝나는 말투를 고치기 위한 ‘압존법 및 다나까 말투 개선 지침’을 일선 부대에 내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 같은 지침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지침에서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암묵적으로 압존법 사용을 강요해 왔으며 군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신병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압존법이 언어예절에 맞지 않음을 전 장병에게 교육하고 단기간내 압존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 및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존법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제3자에 대해 말할 때 제3자가 윗사람보다 낮은 사람일 경우 윗사람 기준에 맞춰 낮춰 부르는 어법으로 일반 회사에서도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곳이 적지 않다.
김 일병이 이 병장에게 박 상병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박 상병님이 가셨습니다’가 아니라 ‘박 상병이 갔습니다’고 하거나, 김 사원이 이 부장과 박 과장 관련 대화를 할 때 ‘박 과장님이 이 일을 했습니다’가 아니라 ‘박 과장이 이 일을 했습니다’ 식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표준언어 예절’에서는 “이러한 압존법은 우리의 전통 언어예절과는 거리가 멀다”며 “압존법이 가족간이나 사제간처럼 사적인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쓰는 것은 어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군의 경직된 압존법에 대해 “신병들에게 상급자의 서열 암기를 요구한다”며 “압존법 미준수시 사적 제재를 가하는 등의 악ㆍ폐습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지침에서 다ㆍ나ㆍ까 말투와 관련해 “다ㆍ나ㆍ까 말투만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병교육기관에서부터 교육하고 있는 실태고, 군의 공식적인 높임말인 것으로 대내외에 잘못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계적인 다ㆍ나ㆍ까 말투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저해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언어사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훈련과 브리핑, 보고 등 격식을 갖출 필요가 있는 공식적인 경우 정중한 높임말인 ‘~다’, ‘~까’, ‘~오’ 등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일과 이후 생활관과 일상대화 등 사적인 공간과 비공식적 상황에서는 해요체인 ‘~요’도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식사 맛있게 하시지 말입니다’는 공식적인 경우에는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리고 사적인 상황에서는 ‘식사 맛있게 하세요’로 쓸 수 있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명령체계에 혼선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언어오염이라고 할 만큼 명백하게 잘못된 언어문화를 바로 잡자는 것”이라며 “‘아니지 말입니다’ 같은 잘못된 표현을 ‘아닙니다’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