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체스게임에 들어간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이번 미중 외교사령탑 회동은 북한 4차 핵실험 감행 이후 50여일이 지나도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담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실험 50일...美中 체스판 된 한반도

유엔 안보리는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새로운 추가제재 마련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2006년 1차 핵실험 때 5일, 2009년 2차 핵실험 때 18일, 그리고 2013년 3차 핵실험 때 23일만에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달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독자 대북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도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차단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면서 제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태도 변화를 위해서는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압박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에 어떤 카드를 마련했느냐에 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시점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이와 관련, “1월 초 논의를 시작한 것이고 가급적 2월 말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공동의 이해이고 그런 바람이 있다”면서 “미중간 협의 속도가 붙어 앞으로 가고 있는데 뒷부분에 와있다”고 말해 이달 중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중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천명한 이후 한반도에 전개되는 사드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는 중국 전역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사드를 제1차 공격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전쟁시 공군은 폭격기를 발진시켜 1시간이면 한국의 사드 기지와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동은 한반도 정세가 대결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앞서 왕이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병행 추진하는 이른바 ‘왕이 이니셔티브’를 제안했으며, 미국은 북한과 4차 핵실험을 앞두고 무산되기는 했으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비공개 논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