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제39대 현 이순진 합참의장(육군대장) 집무실에는 북한의 국방부 장관격인 인민무력부장, 북한의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앞서 합참의장 집무실에는 북한군 총참모장 사진만 걸려 있었으나, 이 합참의장은 인민무력부장 사진도 함께 걸기 시작했다.

합참의장 집무실에 북한군 박영식 사진…

최근까지 이 의장 집무실에는 북한 인민무력부장인 박영식(대장)과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대장)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그러나 리영길 총참모장이 비리 혐의로 전격 처형되면서 현재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사진만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총참모장이 임명되면 바로 총참모장의 사진도 다시 걸린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순진 합참의장이 이렇게 북한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의 사진을 집무실에 건 이유는 북한군 수뇌부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다. 그들의 수를 읽고 이기기 위해 ‘매일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북한군은 지금까지 여기서 조짐을 보이다가 저기를 타격하는 식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을 자주 저질러 왔다.

이 합참의장은 이런 북의 예기치 못한 도발을 예방하고, 유사시 즉각 응징하기 위해 북한군의 특이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집무실에서 항상 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수 읽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이 합참의장으로 재임(2006년 11월~2008년 3월) 중에 처음으로 집무실에 북한 수뇌부 사진을 걸었다. 당시에는 김영춘 총참모장 사진이 집무실에 걸렸다. 이후 후임 합참의장들도 집무실에 인민군 총참모장 사진 걸기를 관례화했다.

김관진 합참의장 재임 이후 김태영, 이상의, 한민구, 정승조, 최윤희 합참의장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이순진 현 합참의장은 자신 재임 기간에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사진까지 추가로 걸기 시작했다.

군 서열 2위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은 숙청된 현영철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 임명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재임기에 군부 실세로 떠올라 최근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