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ㆍ일관계 회복의 관건이 될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 형식이 양자회담보다는 다자회담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22일 한ㆍ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며 화해모드를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양국 외교가에서는 일대일 접촉보다는 가을께 개최가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9월 유엔(UN)총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면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ㆍ일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양국간 여러 현안이 잘 진전되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여건이 성숙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장관은 개최 시기에 대해 “앞으로 연말 이내에 한일중 정상회담을 의장국으로서 추진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기도 여건이 진전되는 것과 맞춰 지켜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ㆍ일 정상회담을 위한 사실상 전제조건을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의 해결로 삼았다. 하지만 양국은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일을 성대하게 치르고 난 이후에도 핵심 현안에서 줄다리기를 이가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윤 장관의 발언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ㆍ일 양자간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대안책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일본 언론들도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보도했다. 3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9월 하순 유엔총회 또는 가을께 한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담 기회를 활용해 한ㆍ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일본 교토통신도 일본 외무성의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심의관의 말을 빌려 초가을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면 그에 맞춰 한ㆍ일 정상회담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빠른 시일 내 실질적으로 양자간 접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중일 정상회담, 9월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약식회담을 갖는 방법이 보다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갑자기 집중 조명을 받는 양자회담을 여는 것은 한ㆍ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가을께 다자회담을 통해 양국간 현안을 논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